에디터의 노트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물질과 가장 가까울까. 잠깐만 눈을 책상 앞으로 돌려볼까.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그들 ‘플라스틱’이 눈앞에 보일 테다. 플라스틱은 인류의 삶을 바꾼 기적의 소재기도 하지만, 지구의 모습을 바꾼 역적으로도 손꼽히는 녀석이다. 플라스틱은 환경에 어떤 색의 밑줄을 그었을까.

플라스틱에 휩싸인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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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기 시대와 청동기 시대를 지나온 지구. 지금은 ‘플라스틱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화한 인간만큼이나 플라스틱이라는 신박한 물질은 눈길을 어디로 돌려봐도 발견된다.

 

플라스틱은 ‘열 또는 압력에 의해 성형할 수 있는 유기물 기반 고분자 물질 및 그 혼합물’로 정의된다. 뜨겁게 열을 가하거나 조물거려서 모양이 만들어지는 물질이라는 뜻이다. 색깔도 다양하게 입힐 수 있고 가벼운 무게와 범용성 덕에 플라스틱이 안 들어가는 물건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이에 플라스틱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 소리까지 듣는다.

 

1800년대 자연에서 얻은 천연수지를 활용해 만들어진 ‘셀룰로이드’를 플라스틱의 기원으로 본다. 열로 녹이면 어떤 모양으로도 바꿀 수 있고, 단단하지만 탄력을 머금은 특성으로 사랑 받았다. 이후 우리에게도 익숙한 ‘폴리에틸렌’. 지금의 플라스틱의 대명사가 된 물질이 1930년대에 만들어졌다. 이 폴리에틸렌이 중요한 것은 바로 ‘비닐의 시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공학자 스텐 구스타프 툴린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대규모 생산이 가능해지며 가격이 하락한 폴리에틸렌을 활용해 비닐봉투를 개발했다. 이전까지 잘 찢어지는 종이나 무거운 천 가방을 사용하던 사람들은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었다. 인류사 입장에서 비닐봉투는 그야말로 ‘대박사건’이었고, 재앙의 시작이기도 했다.

 

폴리에틸렌을 필두로 일명 스티로폼으로 불리는 폴리스티렌을 비롯해 나일론, 폴리에스터, 폴리우레탄, 폴리프로필렌 등 이름 앞에 폴리(Poly-)가 붙는 수많은 플라스틱 원료들이 삶 속에 침투했다. 지금 우리는 나일론으로 만든 스타킹을 신고, 폴리스티렌으로 감싼 냉동식품 택배를 받고,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휴대폰 케이스를 쓰며 플라스틱 시대 속을 살아가고 있다. 가볍고 싸고 모양도 마음대로 만들어주니 이보다 편한 물건이 없다. 쉽게 만들고 쉽게 버릴 수 있으니 수요가 폭발한 것은 당연한 일. 당장 눈앞을 보자. 굴러다니는 커피 테이크아웃 컵이나 빨대, 볼펜 등 눈에 들어오는 십중팔구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물건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1950년 150만톤이던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9년 3억6800만톤으로 250배 가까이 뛰었다. 개발지상주의 속에서 플라스틱은 대량 생산과 소비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했다.

플라스틱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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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하루라도 만나지 않은 날이 있을까.

편리함은 늘어났지만 그만큼 환경은 병들어간다.

이제는 플라스틱이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그러나 플라스틱이 바꾼 세상은 편의와 함께 부작용도 낳았다. 툴린이 비닐봉지를 만들었던 이유는 자못 역설적이다. 종이봉투를 만들기 위해 희생되는 많은 나무들을 걱정했던 게 개발의 기원. 그러나 비닐봉지의 싼 가격 탓에 무분별한 쓰레기가 나온 것은 생각 밖의 일이었다. 환경을 생각한 발명이 더 큰 환경파괴를 불러온 꼴이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1인당 페트병과 플라스틱컵, 비닐봉투 등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11.5kg다. 개수로 계산하면 PET병은 96개(1.4kg), 컵은 65개(0.9kg), 비닐봉투는 460개(9.2kg)를 각각 쓴다. PET병은 나흘에 하나 쓰고, 컵은 닷새에 하나를 쓴다. 비닐봉투는 하루에 하나 이상 쓰는 셈이다. 지난 2019년 우리나라에서 방치되거나 버려진 각종 쓰레기는 120만톤. 이중 적지 않은 부분이 플라스틱 쓰레기라고 한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그 규모를 넘어 환경에 큰 나비효과를 낳는 게 문제다. 1분마다 트럭 한 대를 채우고도 남는 분량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쏟아져 들어간다고 한다. 해양환경정보포털 자료를 보면 지난해 바다 쓰레기의 83.4%가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이다. 바다로 흘러간 플라스틱이 파도에 쓸리고 바위에 부딪히며 쪼개진다. 물고기의 뱃속에서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이 나오는가 하면 이는 상위포식자 또는 인간의 입으로 들어간다. 거북이를 휘감은 비닐봉투의 처참한 모습도 더는 낯설지 않다. 플라스틱은 잘게 쪼개져도 여전히 플라스틱이다. 이처럼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양 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낳는다. 흡사 지구의 혈액이 플라스틱으로 뒤덮인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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