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핑거”, 직역하면 굵은 손가락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지요. 증권가에서 팻핑거란 개인투자자 또는 금융회사가 거래 과정에서 거래량이나 가격 등을 잘못 입력하여 큰 손실을 보게 되는 ‘주문 실수’를 의미합니다. 두꺼운 손가락 때문에 컴퓨터 키보드를 잘못 눌러, 주문 실수를 낸다는 것이지요.

팻핑거 팻핑거 클릭 한 번에 400억 원이 날아간다? 팻핑거 뜻과 사례 정리 franco antonio giovanella Lzys6r1xFD8 unsplash

영화 ‘돈’을 보셨나요? 주인공이 주가조작 작전에 투입되는 것이 주 내용인데요. 증권사 직원의 실수로 위장하여 선물 만기 하루 전에, 시장 가격보다 한참 낮은 가격의 스프레드 매도 물량을 내놓게 됩니다. 이 물량의 대부분을 주인공의 세력이 챙기고, 이후 시장이 정상화되면서 생기는 차익을 얻었지요. 해당 증권은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파산하였습니다.

 

이렇게 영화의 소재가 될 만큼, 실제 증권 거래에서도 팻핑거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사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클릭 한 번에 막대한 손실! 팻핑거 사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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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분 만에 460억 원 증발! 한맥증권 사태

국내에서 일어난 대표적인 팻핑거 사례로는 ‘한맥증권 사태’가 가장 유명합니다. 당시 한맥증권의 한 직원이 프로그램 매매 과정에서 코스피200지수선물 옵션 가격의 변수가 되는 이자율을 잘못 입력한 것입니다. 잔여일/365를 입력해야 하는데, 잔여일/0으로 입력해버린 것이지요. 결국 본 프로그램이 모든 상황에서 이익 실현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여 터무니없는 가격에 매수 및 매도 주문을 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주문 실수 하나로 단 2분 만에 462억 원의 손실액이 발생하였지요.

 

당시 증권회사들은 무슨 큰 사건이 터졌는지, 아니면 북한이 일을 벌인 것인지 의심하며 혼란에 빠지기도 하였습니다. 한맥증권의 실수 덕분에 이익을 보았던 일부 증권사는 이익금을 돌려주기도 하였지만, 360억 원의 가장 많은 이익금을 가져간 싱가포르의 한 업체는 반환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한맥증권은 2015년에 파산하였습니다.

 

▶ 순이익의 절반을 하루 만에 날렸다! 케이프투자증권 사태

한맥증권 사태 이후에도 국내 팻핑거 사례는 여러 차례 일어났습니다. 2018년에는 케이프투자증권의 직원이 코스피 200옵션을 이론가보다 20% 낮은 가격으로 주문한 것인데요. 당시 시장에서는 미국 주가지수의 급락으로 풋옵션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추격 매도한 시장 참가자들도 거액의 손실을 보았지요.


OK 저축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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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투자증권은 이 사건으로 인해 60억 원 가량을 손해 보았습니다. 다행히 파산은 면했지만, 그 해 순이익의 절반이 한 순간에 날아가버렸습니다.

 

▶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사태란!?

케이프투자증권 사태가 일어난 지 불과 두 달 뒤에는 삼성증권에서 팻핑거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283만 주에 대한 조합원들에게 주 당 배당금 1,000원을 지급해야 하는데, 주식 1,000주로 지급해버린 것입니다. 배당금 28억 원이 한 순간에 28억 주(약 100조 원)로 급등하였지요. 결과적으로 100조 원 가량의 위조 주식이 직원의 통장으로 유통되었으며, 일부 직원들은 이 주식을 매도하여 차익을 얻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이익을 본 직원 8명은 1년 또는 1년 6개월의 징역과 집행유예, 벌금형 등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처럼 국내에서 팻핑거 사례는 주기적으로 일어나 막대한 손해를 입혔습니다. 이와 같은 팻핑거 문제는 해외증권도 피해갈 수 없었는데요. 해외에서 일어난 팻핑거 사례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1주와 가격을 혼동한 일본 미즈호 증권의 실수!

2005년, 일본 미즈호 증권의 직원이 제이콤 주식 1주를 63만 엔에 매도하려 했습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1주를 63만 엔에 매도한 것이 아니라, 63만 주를 1엔에 매도한 것입니다. 이 팻핑거 사례로 인해 미즈호 증권은 1조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고, 회사 주가가 폭락한 것은 물론 증시 전체도 흔들렸습니다. 미즈호 증권은 부도 직전까지 갔지만, 증권 거래소를 상대로 벌인 소송에서 승소하여 일부분을 배상 받았습니다.

 

▶ 상사가 휴가 간 사이 6조를 잘못 송금해버린 도이체뱅크의 신입사원

2015년 독일의 도이체방크의 한 신입사원이 상사가 휴가 간 사이 업무를 처리하다가 팻핑거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고객사인 미국 헤지펀드에 60억 달러(약 6조 4000억 원)를 잘못 송금한 것인데요. 다행히 추후 금액을 되돌려 받을 수 있었습니다.

 

▶ 팻핑거 실수를 숨기려다가 은행이 파산! 베어링스 은행 사건



230여 년이라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던 베어링스 은행이 한 직원의 실수로 파산하였습니다. 파생상품 딜러였던 닉 리슨의 부하직원의 실수로 큰 손실을 보게 되었는데요. 문제는 이를 은행에 보고하지 않고 닉 리슨 본인의 비밀 계좌에 손실을 숨긴 것입니다. 이후에도 발생하는 손실을 비밀 계좌에 숨겨, 손실이 쌓이고 쌓이다가 베어링스 은행 자기 자본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불어났습니다. 결국 230년 전통의 베어링스 은행은 ING 그룹에 단돈 1달러에 매각되고 말았습니다.

 

▶ 플래시 크래시를 일으킨 팻핑거 사례

플래시 크래시란 ‘갑작스러운 붕괴’라는 의미로, 증권가에서 금융상품의 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락할 경우에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플래시 크래시라는 단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팻핑거와도 연관되어 있는데요. 2010년, 한 투자은행 직원이 거래 단위로 M(Million) 대신 B(Billion)로 잘못 입력하면서 미국 다우지수가 순식간에 폭락하였습니다. 다우지수가 무려 10% 가까이 급락하였는데, 쉽게 설명하면 전 세계의 돈 10%가 증발한 것이지요. 물론 다우지수는 다시 회복하였지만, 증권가에서는 악몽과 같았던 사건이었기에 주가가 크게 움직이면 바로 플래시 크래시를 우려하는 상황이 빈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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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팻핑거 사례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사례를 하나씩 뜯어보면 근무자의 실수와 시장의 탐욕, 그리고 제도적 장치의 부재가 맞물려 대형 사고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근무자의 실수에 제동을 걸만한 제도적 장치가 없으며, 근무자의 실수를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는 시장의 탐욕이 더해져 더 큰 손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요.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팻핑거를 방지하기 위하여 ‘금융투자회사의 금융사고 방지를 위한 모범규준’을 마련하였습니다. 이 규준으로 인하여 개인은 15억 원 초과 주문 시 경고 메시지를 받으며, 30억 원 초과 주문을 하면 거래가 보류됩니다. 법인은 20억 원 초과 주문 시 경고 메시지를, 60억 원 초과 주문 시에 보류됩니다. 또한 한국거래소에서도 단일 주문에 있어 주식 수량 한도를 5%에서 1%로 축소하였습니다.

 

물론 모두 사람이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팻핑거와 같은 황당한 실수가 완전히 근절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에 ‘아너코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하는데요. 아너코드란 구성원이 명예규율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경우,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팻핑거 방지를 위해 규준이 만들어지고 다양한 의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실수를 하지만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노력은 분명 필요합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쌓여, 언젠가는 마음 편히 안전한 금융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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