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발행시장의 기원, 똑똑한 베네딕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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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베네딕타가 만든 세상 첫 주식회사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삼성자산운용 준법감시인승인필 제190401-10


17세기의 동인도회사. 다들 들어 봤던 이름인데, 왜 들어봤는지는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주식 이야기 하자더니 왜 갑자기 역사 이야기를 들고 나오느냐. 주식의 역사가 여기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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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역사가 중세에서 근대로 접어들던 시기, 서유럽엔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 상거래가 발달하면서 초기 자본주의가 틀을 갖추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무역의 규모가 커지고, 나라마다 그 패권을 잡기 위해 제국주의 라는 것이 같이 태동하던 시기이기도 하죠. 당시 사람들은 이런 것들에 꽂혀 있었습니다. “새로운 어떤 것.” “유행.” 유행이 한번 번지면 상품들은 아주 불티나듯 팔려 나갔습니다. 지금은 마트 가서 몇 천원 내면 살 수 있는 후추는 그야말로 “스테디 셀러” 였죠. 값이 하도 높이 매겨지다 보니, 아시아에서 생산되던 후추를 떼어다가 유럽 시장에 내다 팔기만 하면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고 합니다. 대항해시대 라는 게임을 해 본 적이 있다면 피부에 확, 와닿습니다. 인도 한번 다녀오면 배 하나씩 살 만큼 돈이 모이곤 하죠. 추측컨대, ‘동인도회사’ 는 이렇게 돈을 벌기 위해 동인도에서 물건을 떼어 와 유럽에 되파는 일을 했을 겁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어요. 대박 까지 가는 길이 그리 순탄치는 않았을 겁니다. 일단, 인도에서 물건 떼어 오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었습니다. 비행기가 없던 시절이니, 후추를 들여 오려면 배로 나르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을 터. 거친 풍랑을 뚫고 오랜 항해를 이어가려면 큼지막한 배가 필요했고, 들끓는 해적들 피하려면 대포도 실어야 했죠. 선상 반란이라도 한번 일어났다 치면 값비싼 화물들은 바닷길 황천행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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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워낙 많이 드는데다가 이렇듯 숱한 ‘리스크’ 들이 산재해 있다 보니, 배를 만들기 위해 드는 그 막대한 비용을 나서서 부담하려는 사람은 드물었을 겁니다. 필요가 있으면 해결책이 나오는 법. 주식회사는 여기서 시작합니다. 좀 쉬운 이해를 위해서, 한가지 소설을 써 볼까 합니다.


어느 날, 네덜란드에 살던 똑똑한 ‘베네딕타’ 라는 여성 사업가가 여러 사람들의 돈을 모아 배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돈을 벌고 싶긴 하지만 배를 만들만한 돈도 없고, 혼자 위험을 부담하기도 싫었던 거죠. 지난번에 동인도로 보냈던 ‘산 호세’ 호가 소말리아에서 피랍되는 바람에, 돈을 대던 자본가들도 등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집에 노는 남편과 아이는 베네딕타에게 돈 벌어 오라고 아우성이었습니다. 이 난국을 어떻게 해결할까요.


지혜로운 베네딕타는 ‘동인도회사’ 를 차렸습니다. 네덜란드 한복판에 위치한 멋들어진 빌딩에 사무실을 내고 평소 친하던 인쇄업자 스테파노를 섭외 했습니다. 스테파노는 당대 인쇄업자 중에서 디자인을 가장 잘 하기로 정평이 나 있었죠. 배는 안 만들고 광고대행사로 전향이라도 할 생각이었을까요? 아니요, 그녀는 아직도 배를 만들 생각입니다. 베네딕타의 아이디어는 단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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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자본가가 아닌, 소액투자자 여럿한테서 돈을 모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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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스테파노에게 주문을 넣어서, ‘동인도 다녀오는 배 5천원에 주인 되기’ 라고 써 있는 빳빳하고 멋들어진 종이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습니다. ‘주식’ 의 시작이죠. 맞습니다. 베네딕타는 이 종이들을 팔아서 배를 만들 자금을 모으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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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하나 만드는 데 5억 정도 든다고 가졍하죠. 5천원짜리 종이 10만장을 팔면 되겠네요. 이제 이 10만장의 종이를 매력적인 수익의 증표, ‘주식’ 으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5억 짜리 배가 인도에 한번 다녀 오면 온갖 비용 다 떼고 50억원 정도 벌었다고 칩시다. 이 50억원을 종이 산 사람에게 나눠주면 되겠죠? 50억원을 10만장으로 나누면 5만원. 종이 한 장 5천원에 산 사람은, 배가 아무 탈 없이 인도에 다녀오면 10배인 5만원을 벌게 되는 셈 이었습니다. 베네딕타는 행사용 풍선과 나레이터 모델들을 총 동원해 시장 좌판에서 종잇조각을 팔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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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도 다녀오는 배의 주인이 되세요! 5천원이면 됩니다”


“배가 인도에서 돌아오기만 하면, 장 당 5만원의 수익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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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나 보려고 시장에 온 사람들은 무척 흥분했습니다. 5천원으로 배의 주인이 된다니! 나으리들이나 하던 투자를 내가 할 수 있다니! 사람들은 줄을 서서 종잇조각을 사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몇 억 투자하는 건 큰 손들에게도 부담스러운 것이지만, 투자자금이 작아지면서 사람들이 ‘이 정도는 투자할 만 하지’ ‘5천원 그거 없어지면 뭐 어때’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삽시간에 소문이 퍼졌고, 돈을 대지 않던 자본가들마저 급히 줄을 서 주식을 사기에 혈안이 되었습니다.


해가 지기도 전에 다 팔려나간 동인도회사의 ‘주식.’ 그 간 자본가들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서 투자자금을 모아 왔던 베네딕타는, 순식간에 5억원이라는 돈을 시장 좌판에서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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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타는 모인 돈으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산타마리아 호’ 를 건조시켰습니다. 배의 주변은 강력한 태풍도 이길 만한 강철로 둘렀고, 이순신에 버금가는 당 대 최고의 퇴역군인을 경비대장으로 앉혔습니다. 산타마리아 호는 그렇게, 위풍당당하게 동인도로 출항 했습니다.


소설이긴 하지만, 베네딕타가 세운 동인도회사는 현대 주식회사의 원형입니다. 주식회사는 주식이라는 종잇조각을 ‘발행’ 해서 주주들에게 ‘배정’ 하죠. 5천원씩 동인도회사에 ‘납입’ 한 투자자들은 그 회사의 주인이 되는 것이고요. 네, 주식이란 것은 투자한 돈을 회수하겠다는 계약의 증표 입니다. 동인도회사가 만든 산타마리아 호가 인도에 잘 다녀 왔다면, 회사는 수익을 배분하고 ‘청산’ 하게 됩니다. 벌어들인 50억원을 나눠 주주들에게 5만원씩 주고, 청산파티를 하면서 ‘굿바이 산타마리아’ 행사 하면 끝인 거죠.


주식시장은 ‘발행시장’ 과 ‘거래시장’ 으로 나뉩니다. 우리가 본 산타마리아 호의 예시는 발행시장을 설명하죠. 우리가 주로 접하는 건 거래시장이고요. 산타마리아 호를 건조하기 위해 든 비용인 5억원은 동인도회사의 ‘주주 자본금’ 이고, 장 당 가격인 5천원은 액면가를 의미합니다. 처음 그 회사를 만드는 데 동참한 사람의 책임은 5천원이 전부이고, 이것이 주식회사의 가장 큰 특성인 ‘유한책임’ 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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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발행시장, 그러니까 주식회사 설립 시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베네딕타처럼 사업 아이템은 있는데 돈이 부족한 사람은 주위의 사람들의 돈을 모아 주식회사를 만들고, 투자자에게 그 반대급부로 주식을 줍니다. 투자자는 가지고 있는 주식의 비율만큼 그 회사의 주인이 되고, 거기서 나온 수익을 배당이라는 이름으로 받아 갑니다. 회사가 사업아이템의 목적을 달성하면 청산을 할 것이고, 그러면 남아 있는 자산을 역시 내 주식 소유 비율대로 배분 받게 되는 겁니다.


주식의 매력은 이렇듯 ‘유한한 책임으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는 데서 시작됩니다. 베네딕타의 동인도회사에는 수많은 주주가 있었고, 투자자들은 아주 작은 금액을 투자했기 때문에 마음도 상대적으로 편안합니다. 하지만 없는 살림에 빚을 내 주식 백 장, 천 장을 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 때문에, 산타마리아가 출항한 후 지혜로운 베네딕타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 생깁니다. 멋들어진 종잇조각인 주식이, 시장에서 ‘거래’ 되며 주인이 바뀌기 시작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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