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 공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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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자산운용 준법감시인 승인필 제190826-10


| R = Recession


요즘 경제뉴스를 “R의 공포가 다가온다” 는 제목들이 점령하고 있습니다. 뭔가 싶지만, 어원을 찾아보면 Recession – 후퇴 - 에서 머리글자 R을 딴 것으로 큰 함의를 지닌 건 아닙니다. 경기후퇴가 찾아온다, 는 이야기이지요. 경기후퇴는 그럼 무엇이냐.


경기란 사전적으로, 경제(Economy) 입니다. 단어가 다만 경제가 오르락 내리락 한다, 라고 하지 않고 보통 경기가 들썩인다, 라고 표현하죠. 들썩인다, 그러니까 경기는 좋았다가 나빴다가 합니다. ‘경기변동’ (정확하게는 “순환적 경기변동”이라고 합니다)이라고 하죠. 이런 경기변동을 학자들은 4개로 구분합니다. 회복(Recovery), 확장(prosperity), 후퇴(Recession), 수축(Depression). R의 공포는 이 중, “후퇴”가 임박했다, 는 게 되죠.



이런 들쭉날쭉함은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합니다. 경기의 확장 국면, 그러니까 장사가 잘 될 때 매장을 낸 사람은 후퇴와 수축기가 오면 눈물을 머금고 폐업해야 하죠. 그리고, 이런 흐름은 적게는 2년, 길게는 10년 넘게 그 방향이 이어집니다. 말인즉, 한번 좋아지면 쭉 몇 년 간 좋아지지만, 한번 나빠지기 시작하면 그 역시 이어진다는 거죠. 그러다보니, 경기가 안좋아진다는 소문이 돌면 사람들이 지갑을 무섭게 빠른 속도로 닫아버리기 때문에, 경기가 정상적인 수준보다 훨씬 더 나빠지곤 합니다.


통상 이런 ‘진동’은 수요와 공급이 완벽하게 맞아 떨이지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합니다. 물건을 많이 만들어 놨는데 안 사가면 기업이 힘들어지니 경기가 나빠지는 것이고, 반대로 재고보다 사들이려는 물량이 많아지면 높은 값에 물건들이 잘 팔리니 경기는 확장한다고 보는 것이죠.



| 태양의 흑점이 변하면 경기가 변한다고?



이런 수요와 공급의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파헤치는 두 가지 본류가 있습니다. 한쪽은 “자본주의 경제가 원래 그래” 라고 설명하고, 다른 한 쪽은 “누가 개입해서 그래” 라고 하죠. 후자의 재미있는 사례가 있습니다. “태양의 흑점이 변화하면 경기가 변동한다.” 영국의 경제학자 제번스는 1876년, ‘경제공황과 태양흑점’ 이라는 논문에서 태양흑점의 주기와 영국의 경기변동의 연관성을 설명합니다. 11년 주기로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는 태양 흑점의 크기가 지구의 기후를 흔들고, 그로 인해 곡식의 수확량이 변화하게 되니, 그에 따라 경기도 흔들린다는 것이지요.


이 사례처럼 ‘누군가의 간섭’ 이 경기변동을 이끌어낸다는 의견에 따르면, 가만히 두면 경기는 알아서 정상 상태로 돌아오기 때문에 아무런 조치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부가 가장 힘이 셀 텐데, 오히려 정부는 이럴 때 손을 떼어야 하지요.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많이 들어 알고 있는 ‘케인즈’ 같은 사람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이야기합니다. 시장에 맡겨 두면 안된다는 거죠.



| “R의 시기” 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어떤 사람들의 말이 맞는지는 차치하고, 어떤 한 기업의 입장에서 경기변동을 들여다 보죠. 물건이 잘 팔립니다. 그러면 기업가는 재고를 늘립니다. 투자 – 공장 증설 따위의 – 를 하고, 채용을 늘리죠. 아뿔싸, 고객들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지갑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투자를 늘려 놓아서 대출이자는 나가는데 이익이 떨어지니 뽑아 놓은 사람을 해고합니다. 실업이 늘어나고, 실업자는 지갑을 더 옥죕니다. 경제 전체적으로 돈을 쓰는 사람이 없으니 기업들은 더욱 어려워지고, 경제 전체가 “R의 공포” 에 휩쌓이죠. 이런 후퇴시기에는 모든 지표가 나빠 집니다. 투자, 생산, 소비, 소득, 고용, 물가, 주가, 이자율, 모두가 하락세로 바뀌죠.


그렇다면, 세계 경제가 후퇴로 진입했는지는 어떻게 판단하는가. 금융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장단기 금리차”에 주목합니다. 장단기 금리차란, 만기가 긴 국채의 이자율에서 만기가 짧은 국채의 이자율을 뺀 것을 의미합니다. 통상적으로, 돈을 길게 빌려주면 더 위험하니, 장기 국채의 금리가 더 높죠. 즉, 장단기 금리차는 보통 ‘+’ 의 값을 보입니다. 그런데, 8월 16일, 미국의 이 장단기 금리차가 장중 한 때 음의 값을 기록했습니다. 2년짜리 국채 금리가 10년짜리 국채 금리보다 높아진 것이죠. 왜 그렇게 되었느냐,




만기가 짧은, 단기 국채 금리는 미국 연준이 발표하는 기준금리와 관계가 깊습니다. 2019년 8월 6일 기준으로 FOMC가 책정한 금리는 2~2.5%이죠. 이 금리는 금융기관 간에 거래되는 일종의 초단기 대출금리로 적용됩니다. 만기가 짧은 국채의 금리는 고로, 아무리 낮아져도 이 기준금리보다 낮아지기 어렵습니다. 반면, 장기 국채 금리는 시장에 채권을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의 수에 따라, 즉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해 결정됩니다.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채권의 값어치가 높아지죠. 채권가격과 금리는 반대니까, 금리가 떨어집니다. 장단기 금리차이가 음의 값이 되었다는 건, 장기 국채의 금리가 단기 국채의 금리보다낮아졌다, 즉 사려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왜 그런 상황이 생기느냐, 앞서 보았듯 경기가 나빠지면 금리가 빠집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앞으로 경기가 나빠지고, 그래서 금리가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국채 금리가 낮음에도 – 채권 가격이 비쌈에도 – 불구하고 돈이 계속 몰려 금리를 더 낮게 만드는 것이죠. 더구나 세계 전반적으로 경제가 안 좋아질 가능성이 높으면, 이머징 국가 등에 있던 자금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의 국채로 돌아오게 되면서 금리가 낮아지는 현상이 가속화됩니다. 즉,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다 함은 시장의 시선이 ‘경기 후퇴’에 더 많은 표를 던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거죠.



| 앞으로는?



실제로, 1976년 이래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은 다섯 번 있었고, 그 때 마다 “R”은 연이어 찾아 왔습니다. 일각에서는 다만, 과거엔 경기가 과열되어 생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들이 단기금리를 올리던 시기였다는 점은 현재시점과의 차이입니다.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를 뚫고 올라갔던거죠. 과거처럼 급작스러운 Recession 돌입, 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논거입니다.


어쨌건 세계경제는 둔화 국면에 들어간 것이 사실입니다. IMF는 지난 7월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2%로 조정했는데, 이는 2차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분쟁은 현재 진행중이고, 우리나라로 보면 한일간 무역분쟁도 마땅한 탈출구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죠. 독일의 도이체방크는 3분기 독일의 GDP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죠. “이론적인” 후퇴 상태로의 진입이고요.


경기는 혼자 움직이는 기계 같은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거래를 하는 과정에 나타나는 결과물인 셈이죠. ‘군집’의 의사결정은 한번 방향이 잡히면 그 길을 계속 걷는 경향이 큽니다. 경기가 후퇴로 진입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며 ‘타이밍’을 잡는 것 보다, 변동성을 줄이면서 내 자산을 지키는 분산투자, 장기적립식 투자를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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