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회초년생들의 월소득 중 주거비가 22%에 달한다는 뉴스 보셨나요? 청년위원회가 올해 9월 발표한 ‘사회초년생 주거 실태 및 인식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 525명의 70% 이상은 전ㆍ월세액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집을 택하는 기준으로 싼 임대료를 꼽는 사람도 38.9%에 달했습니다.

 

문제는 매달 소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비싼 임대료를 내고도 제대로 된 집에서 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입니다. 집을 구하러 다녀본 이라면 1인 가구가 거실 공간을 갖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실감할 수 있을 거예요. 최근 청년층의 이러한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새로운 주거공간들이 있어요. 넓은 거실, 집안일 대행 서비스, 마음 맞는 이웃… 밀레니얼 세대가 원하는 모든 것이 갖춰진 럭셔리한 공유주택입니다. 

◆소유보다는 공유, 밀레니얼 세대의 주거문화

밀레니얼 세대란 말, 신문과 방송을 통해 한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밀레니얼 세대란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까지 출생한 사람들로, 현재 전세계 약 25억명 정도로 추정돼요. 최근 각종 미디어에서 밀레니얼 세대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들이 앞으로 글로벌 경제의 주역으로 부상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밀레니얼 세대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바로 공유 문화인데요, 부모세대가 좋은 집과 좋은 차를 소유하는 것으로 자아를 실현했다면 이들은 소유보다는 공유를 추구해요. ‘우버’ 같은 카 쉐어링 서비스를 이용하고, ‘렌트 더 런웨이’에서 명품 옷을 대여해 입으며, 코워킹 스페이스의 사무실 한 칸을 빌려 일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세대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주거문화는 어떨까요?

◆위워크의 재미있는 실험, ‘위리브’

2016년 4월 세계 최대의 공유 오피스 브랜드 위워크(we work)는 재미있는 실험에 들어갑니다. 바로 공유 오피스의 주거 버전인 위리브(we live)를 론칭한 거예요. 위워크 창업자 아담 노이먼은 이스라엘의 유대인 공동체인 키부츠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소통과 협업을 특징으로 하는 공유 오피스 위워크를 창립했어요. 위워크에 입주한 사람들은 넓은 카페에서 무료 커피와 맥주를 마시며 소통합니다. 개인 사무공간은 시멘트 대신 유리벽으로 구획이 나눠져 있어 누구나 얼굴을 마주하고 자연스럽게 정보를 주고 받으며 인맥을 쌓을 수 있어요. 단순한 부동산 임대업을 넘어 일종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거죠.

 

이러한 위워크의 철학을 그대로 주택으로 가져온 것이 위리브입니다. 2016년 4월 뉴욕에 1호점을 낸 위리브는 1인용 방부터 여러 명이 사용하는 방까지 200개가 넘는 침실을 갖춘 공동주택이에요. 모든 침실엔 화장실이 별도로 설치돼 있어요. 핵심은 공용공간입니다. 애플 TV가 놓인 라운지, 도서관, 세탁소, 탁구대 등 각종 편의시설과 오락시설이 갖춰져 심심할 틈이 없어요. 입주자들은 위리브 전용 모바일 앱을 통해 청소 서비스를 신청하고 이웃과 소통하며 매일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나갑니다. 

◆런던의 대규모 공유주택, ‘올드 오크’

위리브와 비슷한 시기,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올드 오크’도 공유주택 열풍을 이끄는 주역 중 하나예요. 영국의 회사 ‘더 컬렉티브’가 만든 올드 오크는 건물 한 채에 무려 546개의 방을 갖춘 대규모 공유주택입니다. 대표인 레자 머천트는 높은 주거비 때문에 외곽으로 밀려나는 젊은이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도심에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올드 오크를 창립했다고 해요.

 

개인 방은 3평 크기로 컴팩트하게 만들고 나머지 면적은 모두 공용공간에 할애한 점이 위리브와 비슷합니다. 입주자들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거나 게임방에서 보드게임을 즐길 수 있어요. 체육관, 옥상 정원이 있어 아웃도어 활동도 할 수 있답니다. 임대료에 각종 공과금을 비롯해 방 청소 및 침대보 교체 서비스 비용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에 마치 호텔에서 사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입주자들은 올드 오크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얼굴을 익히고 친해질 수 있어요. 요가, 독서 모임, 요리 수업, 영화의 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정기적으로 열리기 때문에 자신과 비슷한 취미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어요. 

◆국내에도 있다, 소셜 아파트먼트 ‘테이블’

젊은층을 위한 럭셔리한 공유주택, 한국에도 있어요. 최근 강남역에서 도보 5~10분 거리에 문을 연 ‘테이블(t’able)’입니다. SK D&D가 오피스텔 건물을 지은 뒤 그 중 30여 세대만 따로 빼서 소셜 아파트먼트를 만든 거예요. 위리브나 올드 오크에 비하면 소규모지만, 기존의 작은 쉐어하우스들에 비하면 국내에선 규모가 큰 공동주택이라고 할 수 있어요.

 

테이블은 “혼자 살더라도 외로운 건 싫은” 사람들을 위한 집을 표방합니다. 일반적인 쉐어하우스가 주거 공간과 커뮤니티 공간이 같은 층에 있는 것과 달리, 테이블은 주거 공간과 커뮤니티 공간이 별개의 층으로 분리돼 있어요. 개인주의적이면서도 함께 즐기고 싶은 젊은층을 위한 공간 구성이죠. 

 

개인 방은 6.4평부터 8.7평까지 5개의 타입으로 나눠지는데, 2.6m의 높은 천정고에 화장실, 드럼 세탁기, 광파오븐, 전기쿡탑이 갖춰져 있어요. 혼자 살아 청소, 빨래 등을 제때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월 2회의 청소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따로 비용을 내면 세탁물을 수거해서 도로 배달해주는 서비스와 택배 대행 서비스, 집수리 대행 서비스도 받을 수 있어요. 

 

테이블의 핵심 공간은 1층의 라운지예요. 간단한 아침식사와 커피,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카페테리아, 생필품을 살 수 있는 마켓, 개인 업무와 미팅을 할 수 있는 오피스, 친구들을 초대하거나 입주자들과 파티를 할 수 있는 커뮤니티 플레이스가 모두 한 곳에 있어요.

 

라운지에서는 마음 맞는 이웃들과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열려요. 아침마다 열리는 요가 클래스에서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테이블 살롱’을 통해 같은 취미를 가진 입주자들을 만날 수 있어요. ‘테이블 나이트’에서는 영화와 맥주를 즐기며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답니다. 라운지 이용은 월세와 별도로 월 40만원의 멤버십 서비스를 통해 받을 수 있어요.

 

 

좋은 음악과 커피가 있는 널찍한 거실,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이웃, 바쁜 직장 생활을 대신 챙겨주는 세심한 서비스가 있다면 혼자여도 외롭지 않겠죠? 따로 또 같이, 그 자체로 쉼과 재충전의 공간이 되는 집을 원한다면 럭셔리 공유주택에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김민수
금융 칼럼니스트
"금융으로 통하는 세상, 세상에서 통하는 금융. 세상과 금융 이야기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