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대신 단독주택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아이와 강아지에게 뛰어놀 마당을 만들어 주려고, 집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고 싶은 로망에, 더러는 지긋지긋한 층간 소음을 피해서… 여기에 최근 현실적인 이유가 하나 추가됐습니다. 바로, 아파트값이 미친 듯이 올라서죠. 한편 은퇴 후 고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 단독주택을 염두에 두고 계신 분도 있을 겁니다. 이런 분들이 눈여겨볼 만 한 집이 노후 주택, 특히 도심에서 가까운 낡은 단독주택입니다. 노후 주택을 사서 온 식구가 만족하는 보금자리로 만드는 방법, 또는 쏠쏠한 수익을 안겨주는 노후 대비책으로 변신시키는 방법을 알아봅시다.

왜 노후 주택인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단독주택 거래량은 47% 상승했습니다. 2013년 11만 533건이었던 거래량이 2017년엔 16만 2,673건으로 늘었습니다. 가격 통계에서도 단독주택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7년 11월 가격을 기준으로 했을 때, 올해 9월까지 서울은 4.5%, 수도권 3.3%, 지방 2.3%의 누적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의 가격 상승률이 더 높았습니다.

 

대도시, 특히 서울에서 단독주택의 가격이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 봅시다.

 

흔히 단독주택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을 겁니다. 한적한 교외, 배산임수의 터에 자리 잡은 널따란 마당을 지닌 전원 주택이죠. 하지만 서울의 단독주택은 그것과 거리가 있습니다. 구불구불한 골목 안에서 꾀죄죄하게 세월의 때를 묻히고 있는 모습. ‘응답하라 1988’ 같은 드라마에 등장 하는 집이죠. 지난 수십 년 동안 서울의 주택 개발이 아파트 위주로 이뤄졌기 때문에 단독주택은 대부분 낡았습니다주거환경도 좋다고 말하기 힘든 경우가 많죠. 이런 집이 왜 인기를 얻고 있을까요?

 

우선 가격 요인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8억 2,975만 원으로 사상 처음 8억원을 돌파했습니다. 국민주택 규모인 공급면적 112㎡ 아파트라고 한다면 3.3㎡ 당 2,500만 원 가까이 되죠. 도심에서 멀지 않은 서울의 일반주거지역 토지가격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습니다. 그런데 노후 주택은 전체 가격에서 토지를 뺀 건축물의 값어치가 매우 낮게 매겨집니다. 즉, 아파트를 살 돈이면 시내에서 비슷한 넓이의 노후 주택을 살 수 있다는 얘깁니다. 신축이나 리모델링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나와 내 가족에게 안성맞춤인 집을 얻는 대가로 여긴다면, 해 볼만한 일이 된 거죠.

 

만약, 노후 주택을 허물고 다가구주택이나 근린주택(상가주택)으로 새로 짓는다면, 장기적으로 건축비용을 뽑고도 남는 임대 수익을 기대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주택은 법적으로 단독주택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1세대 1주택자 신분을 유지하면서도 수익형 부동산을 소유하게 되는 거죠. 은퇴 후 수입이 마땅치 않고 가진 재산이 아파트 한 채뿐이라면, 값이 뛴 아파트를 팔고 그 돈을 밑천 삼아 도전해 볼 만한 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집을 골라야 하는가?

단독주택은 아파트처럼 표준화된 가격이 없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평 당 얼마’에 집착하기보다 자신의 목적과 여건에 맞는 집을 찾아 발품을 팔아야 합니다.

 

먼저, ‘싸고 좋은’ 물건은 없다고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값이 싸다면 교통이 불편하거나, 주거 환경이 열악하거나, 주변에 기피 시설이 있거나, 개발에 제약이 심하거나 하는 등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 집은 저렴하게 산 뒤 깨끗하게 고쳐 사는 것이 멀리 본다면 괜찮습니다. 언젠가는 주거환경이 개선될 테니까요. 하지만 당장 쾌적한 삶을 원한다면, 특히 임대 수익이 목적이라면 교통이 좋고 주거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는 곳의 집을 골라야 합니다. 매입가가 높더라도,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선 그것이 초기 비용을 회수하는 시점을 앞당겨 줍니다.

 

실거주가 목적이라면 매입 가격뿐 아니라 신축이나 리모델링 비용을 감안해 집을 골라야 합니다. 처음 단독주택 수선 견적서를 받아 보면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축 비용이나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죠. 따라서 그냥 쓰기엔 애매하고 새로 짓자니 건물이 아까운 집은 피하는 게 좋겠죠. 차라리 다 쓰러져가는 집을 토지 가격만 주고 사서 새로 짓는 게 경제적입니다. 또 환매의 용이성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집을 팔고 이사를 가야 할 수도 있는데, 단독주택은 아파트처럼 매수 희망자가 쉽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대 목적의 다가구주택이나 상가주택을 지을 계획이라면 철저히 세입자의 관점에서 집을 골라야 합니다대학 주변에 많은 원룸 형태의 다가구주택이 현재로선 수익률이 가장 높습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공급과잉의 신호가 나오고 있죠. 10년, 20년 후의 임대 시장을 예상해, 그때의 세입자들도 원할 만한 집을 구현할 수 있는 지역과 토지를 골라야 합니다. 집을 한 번 짓고 투자비용을 회수하려면 최소한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리니까요.

 

원하는 대로 건축이 가능한 집인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전국의 모든 필지는 지을 수 있는 집의 종류와 규모 등이 정해져 있습니다. 예컨대 탁 트인 전망을 가진 200㎡ 대지의 노후 주택을 샀다고 칩시다. 낡은 집을 철거해 100㎡ 정도 새 집을 짓고, 나머지 100㎡는 마당으로 쓸 계획입니다. 그런데 집을 지으려고 알아보니 건축할 수 있는 집의 규모가 60㎡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대지가 자연경관지구(최대 건폐율 30%)에 해당되기 때문이죠.

 

대지가 접하고 있는 도로의 여건, 인근 대지와의 관계 등에 따라서도 건축 가능한 집의 규모가 달라집니다. ‘지구단위계획’ 등으로 각 필지별 건축 조건을 따로 규정해 둔 지역도 있습니다. 따라서 노후 주택을 사서 집을 지으려면, 매입 단계에서부터 건축가 등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게 좋습니다. 구청의 인허가 담당자에게 건축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것도 필수죠. 기본적인 정보는 국토교통부 토지이용규제정보서비스(luris.molit.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축 vs 리모델링

노후 주택은 그대로 들어가 살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파트의 편리함에 젖어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죠.

 

앞서 얘기했듯 20, 30년 이상 된 낡은 집은 수리하는 비용이나 신축하는 비용이나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형태를 크게 바꿀 경우 리모델링 비용이 신축에 비해 오히려 더 비쌉니다. 게다가 2017년 12월부터는 모든 주택에 내진 설계가 의무화 됐죠. 만약 오래된 단층 벽돌집을 증축해 2층 집으로 만들려면, 이제 전문기관의 비파괴검사를 거쳐 내진 보강부터 해야 합니다. 보강 공사에만 보통 일억 원 안팎의 돈이 들어가죠. 그런데도 골목길을 가다 보면 최근에 리모델링한 단독주택을 심심찮게 마주칠 수 있습니다. 신축보다 돈이 더 드는데, 굳이 왜 리모델링을 택한 걸까요?

 

해답은 건축 규제에 있습니다. 노후 주택이 지어진 당시보다 현재 집을 지을 때 적용되는 규칙이 훨씬 까다롭기 때문이죠. 일반적으로 주거지역의 건폐율은 60%입니다. 대지가 100㎡라면 60㎡까지만 건물을 지을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공지로 비워둬야 하죠. 하지만 노후 주택이 지어졌을 때는 그런 규정이 없었거나, 있어도 종종 무시됐습니다. 심지어 대지 면적보다 더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는 집도 있죠. 이런 집을 수리해 쓴다면 기존의 면적을 모두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철거하고 신축한다면 현재의 규제를 모두 지켜 집을 지어야 합니다.

 

건폐율뿐 아니라 도로 확보를 위한 건축선 후퇴, 주차장 설치, 일조권 사선 제한 등등, 노후 주택이 지어진 당시엔 신경 쓰지 않아도 됐을 규정이 셀 수 없이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모두 지켜 짓다 보면 집이 생각보다 훨씬 좁아지는 경우도 많죠. 따라서 더 높은 비용을 치르면서 신축 대신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겁니다.

 

노후 주택을 사 놓고, 새 집을 지을 생각에 덜컥 철거부터 했다간 후회하게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주거 형태와 집의 사용 목적에 맞춰, 신축하는 것이 유리한지 리모델링을 하는 게 유리한지,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역시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은 결론을 내리기 힘든 문제이니 건축가와 상의하는 게 좋습니다.

집 짓고 십 년 늙지 않으려면?

‘집 짓다가 십 년 늙는다’는 말을 들어 봤을 겁니다. 단독주택에 살고 싶지만 결국 아파트로 유턴하는 이유 중 큰 부분이 건축 과정에 대한 두려움에 있을 겁니다. 전 재산에 가까운(혹은 넘어선) 자금을 쏟아 부었는데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알아 듣기 힘든 전문용어, 늘어나는 공사비, 이웃의 민원에 시달리다 보면 누구나 진이 빠지게 마련이죠.

 

결국 해답은 믿을 만한 건축가와 시공사를 골라, 그들을 믿고 일을 맡기는 겁니다. 건축 관련 책을 아무리 많이 읽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아무리 검색한다고 해도, 집을 짓는 것은 일반인이 관장할 수 있는 성격의 일이 아닙니다. 이론은 어느 정도 숙달할 수 있겠죠. 하지만 공사 현장에 가 보면 그게 얼마나 피상적인 정보였는지 뼈저리게 깨닫게 될 뿐입니다.

집 짓기의 진짜 동반자, 건축가

집을 짓는 과정에서 보통 두 번의 계약을 하게 됩니다. 설계 계약과 시공 계약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설계를 가볍게 여기는 나쁜 관행이 있습니다. 시공만 맡겨주면 설계는 공짜로 해주겠다는 업체도 많죠. 하지만 이런 설계는 건축주의 필요에 맞추기보다 시공업체의 입장에서 공사하기 수월한 설계, 더러는 자재비에서 마진을 남길 만한 설계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설계는 전문 자격을 갖춘 건축가에게 의뢰해야 합니다건축가의 역할은 단순히 집을 설계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노후 주택 매입과정의 컨설팅부터 인허가 대행, 자금 조달, 공사 감리, 준공 절차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에서 조언을 해 주고 나의 입장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건축가입니다. 시공사와 갈등이 생겼을 때나 이웃과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는 변호사 역할도 기대할 수 있죠.

 

따라서 집 짓는 일의 절반은 건축가 선정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노후 주택을 사서 고치거나 새로 짓겠다고 결심했다면, 건축 기술이나 자재 등에 대한 정보보다 건축가에 대한 정보 탐색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유명세를 따지기보다 비교적 신진에 속하는 건축가 가운데 포트폴리오에 있는 작품이 마음에 들고, 의사소통이 잘 되는 건축가를 고르는 게 좋습니다. 주택 관련 잡지나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건축주와 신진 건축가를 연결해주는 에이플랫폼(www.a-platform.co.kr) 같은 중개 사이트도 있죠. 최소 서너 명 이상의 건축가를 만나 얘기해 보고 결정을 내리는 게 좋습니다.

 

건축가를 선정 했다면 그를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라이프스타일, 가족의 특성 등 집이라는 공간에 구현 되길 원하는 자신의 삶을 충분히 설명하고, 그것이 가능한 설계를 얻어내야 합니다. 임대가 목적이라면 적정한 수익과 주거 만족의 균형을 맞춘 설계가 필요하겠죠. 다만 너무 욕심을 부려 현란한 설계에 이르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설계는 결국 공사비라는 벽에 부딪쳐 좌절되기 마련이죠.

마지막 고비, 시공사 선정하기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설계가 완성됐다면, 그것을 실현할 시공사를 찾아야 하겠죠. 일반인 입장에서는 건축가보다 시공 업체를 고르기가 사실 더 막막합니다. 그래서 건축가의 의견을 따르는 경우가 많죠. 그러나 선정한 뒤의 책임은 결국 건축주의 몫입니다. 시공사를 고를 때의 몇 가지 기본 수칙을 소개합니다.

 

첫째, ‘싼 게 비지떡’이라는 금언을 명심해야 합니다. 무턱대고 낮은 비용의 견적서를 제출하는 업체는 일단 의심해 봐야 합니다. 시공비는 자재비와 인건비로 구성됩니다. 자재비가 낮다면 좋지 않은 재료를 쓸 가능성이 있다는 거고, 인건비가 낮다면 집을 신경 써서 짓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겁니다. 둘 다 정상인데 다른 업체에 비해 견적이 지나치게 낮게 나왔다면, 공사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겠죠.

 

둘째, 계약서에 기본적인 자재의 사양, 시공 방식을 적시할 수 있는 업체를 골라야 합니다. 단열재 한 장도 제조사에 따라, 등급에 따라 기능과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그것을 미리 정하고 시공비에 반영해야 공사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전문지식이 필요한 부분이니 건축가의 도움을 얻는 게 좋겠죠. 자재를 현장에서 구매하지 않고 본사에서 지급 받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시공사 현장 책임자가 자재비를 아끼고픈 욕심을 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건축가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선금 지급을 요구하거나, 너무 많은 현장에서 작업을 진행하거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력을 고용하는 업체는 피해야 합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선 시공사의 다른 공사 현장이나 완성한 집을 찾아가 보는 게 좋겠죠. 되도록 ‘아는 사람’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의견이 부딪칠 때, 건축주의 요구를 강하게 주장하기가 힘들 수 있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시공비에 인허가 비용, 토목 또는 부대 공사비용이 포함되는지, 하자 발생 시 AS를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를 명확히 밝히는 업체를 골라야 합니다.

 

 

생활의 만족이나 은퇴 후 수익을 위해, 노후 주택을 구입해 나만의 집으로 탈바꿈 시키는 것을 꿈꾸고 계신가요? 그러나 집을 짓는 게 버거워 행동에 나서길 망설이고 계신가요? 믿을 수 있는 건축가, 시공 업체만 만난다면 어려운 일만은 아닙니다. 자신이 잘 아는 동네 골목길부터 걸으면서, 자신만의 집을 그려보시기 바랍니다.

완주형
금융자유기고가
"어려운 경제와 금융, '초보탈출'의 길을 함께 걷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