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삼성동 센트럴아이파크, 경희궁 자이,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이른바 ‘대장주’로 불리며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서울의 인기 아파트들이죠. 이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분양 당시 팔리지 않아 속앓이를 했던 아파트라는 점이죠. 그렇게 오래 전의 일도 아닙니다. 그때 과감히 구매했다면 현재 두 배 가량 오른 집값에 흐뭇해하고 있을 겁니다. 반대로 망설이다 말았다면, 아마도 쓴 입맛을 다시고 있을 거고요.

 

지금도 전국엔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 있습니다. 번번이 청약에서 미끄러지는 분 가운데 이런 아파트 구매를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 있을 겁니다. 과연, 내가 점찍어 둔 아파트도 타워팰리스(이 또한 미분양이었죠)처럼 우뚝 솟을 수 있을까요? 미분양 아파트 구매를 결정하기 전 반드시 알아야 할 점을 짚어봅시다.

 

미분양 정보는? 네이버 부동산(land.naver.com), 다음 부동산(realestate.daum.net) 등 포털사이트에서 미분양 아파트 정보만 따로 검색할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stat.molit.go.kr)에서 시기에 따른 지역별, 규모별 미분양의 흐름을 파악해 볼 수 있습니다.

미분양 아파트? 무슨 문제있는 거 아닌가요?

건설업체가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고 모집 절차를 진행했지만, 정해진 기간 안에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아파트를 미분양 아파트라고 합니다. 일단 미분양이 나면, 중도금 무이자 대출 등 각종 혜택을 주면서 선착순으로 입주자를 다시 모집하죠. 그런데 아파트 건설이 완료된 뒤에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아파트도 있습니다. 이를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라고 합니다. 업계에서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물건이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월 말 기준으로 전국에 6만 2,372호의 미분양 아파트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만 5,201호죠. 서울의 미분양 아파트는 39호에 불과한 반면, 경남(1만4,912호), 충남(9,953호), 경북(8,033호) 등 지방의 미분양 물량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주택 시장의 양극화가 미분양 측면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가 10만 호를 넘었던 적이 세 번 있습니다. 주택 200만 호 건설을 추진했던 군사정권 말기, IMF 구제금융을 받던 시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입니다. 정점은 2009년 3월로, 전국에 16만 5,641호의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 있었죠. 당시에는 아파트 공급 물량 중 중대형(공급면적 132㎡ 이상)의 비중이 커서 이를 해소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중소형 아파트의 비중이 90%에 달하기 때문에, 미분양이 나더라도 실수요자들에 의해 그것이 입주 전에 소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분양이라고 해서 반드시 기피할 대상은 아니라는 거죠.

미분양은 왜 발생하는 거죠?

아파트를 짓고도 팔지 못하는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수급의 불일치입니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대부분 선 분양, 후 시공의 방식으로 건설됩니다. 분양 시점과 실제 공급 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간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을 예측하기가 힘들죠. 만약 어떤 아파트가 분양을 실시하는 시점에 주변에서 입주 물량이 쏟아져 나오거나, 다른 대규모 단지들의 분양이 집중되면 미분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공급과잉에 따른 미분양 물량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해소가 되는 편입니다.

 

둘째는 주택 경기입니다아파트 분양시장은 수요와 공급 못지않게 시장의 심리에 의해 좌우됩니다. 아무리 좋은 위치에 인기 브랜드의 아파트를 분양한다고 해도,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있거나 주택가격이 하락할 조짐을 보인다면 미분양이 날 수 있죠. 서두에 이름을 나열한 아파트들이 그런 사례입니다. 비싸다고 인식돼 안 팔리는 거죠.

그러나 경험으로 볼 때, 이런 미분양 아파트들은 준공 후 평균을 뛰어 넘는 가격 상승을 기록하곤 합니다. 예컨대 경희궁 자이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2014년 분양 당시 고분양가(7억 8,500만원, 3.3㎡ 당 3,084만원) 논란을 일으키며 1순위 청약에서 미달(미분양) 사태를 빚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10월 거래 시세가 16억원 정도죠.

 

셋째 이유는 입지입니다. 교통, 환경, 교육, 상권 등의 관점에서 아파트가 들어설 곳의 조건이 열악해 미분양이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미분양 물건은 파격적인 혜택을 주더라도 구매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입지가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아파트에 청약 신청을 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최악의 경우, 유령 아파트처럼 황량한 곳에서 할인 분양을 받아서라도 이웃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미분양만의 메리트!

뭐든지 안 팔리고 남은 물건을 사려면 찜찜한 생각이 들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걸 벌충하고도 남을 만한 혜택이 있다면, 사는 게 현명한 일이겠죠. 아파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분양 아파트의 가장 큰 매력은 청약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점이니 추첨이니 따질 것 없이, 청약통장이 없더라도 새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죠. 재당첨 제한으로부터도 자유롭습니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은 최근 5년 이내, 지방은 3년 이내에 청약에 당첨된 사실이 있으면 청약 자격을 잃게 됩니다. 그러나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 받는 것은 당첨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청약통장이 계속 살아 있죠.

 

계약금 할인, 중도금 무이자 대출, 발코니 무료 확장,   등 각종 이익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야 하기 때문에, 미분양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런 혜택은 커집니다. 잔금 납부를 유예해 주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곳도 있죠. 들어가서 살 아파트의 동호수를 직접 고를 수 있다는 것도 미분양 아파트를 구매할 때의 장점입니다.

 

주택 경기가 얼어붙어 발생한 미분양이라면,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파트는 분양이 이뤄지는 시점부터 입주할 까지 3, 4년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아파트 공급량이 주택 경기의 사이클을 간격을 두고 뒤따라가면서, 상승과 하락의 흐름이 서로 엇갈리는 패턴을 나타내죠. 집값이 치솟을 때 집중적으로 공급 계획이 세워지는데, 막상 분양이 이뤄질 때쯤이면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선 뒤입니다. 그래서 미분양이 발생하지만 그 아파트를 다 지을 때쯤 집값이 다시 오르는 거죠.

 

그게 최근 몇 년 간 수도권 주택시장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2018년 말을 고점에서 침체기로 넘어가는 변곡점이라고 진단하죠. 만약 과거의 사이클이 반복된다고 예상한다면, 지금 정부가 내 놓고 있는 공급 계획이 구체화되는 시점을 노려볼 만합니다. 서두에 열거한 것 같은 알짜 미분양 물건이 향후 다시 등장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물론 그것을 알아보고, 투자를 결행하는 건 각자의 몫이죠.

미분양아파트 구매 전, 주의할 점

미분양 아파트를 살지 말지 판단할 때는, 무엇보다도 그 아파트가 미분양 단지가 된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서 얘기했듯 일시적인 수급 상황이나 주택 경기 때문에 발생한 미분양 물건이라면, 여러 혜택을 누리면서 구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그러나 입지가 개선될 여지 없이 열악하거나, 아파트 자체에 하자가 있어서 안 팔리고 있는 집이라면, 섣불리 구매해선 안 됩니다. 안타깝지만 그런 아파트는 계속 미분양으로 남아 향후 되팔기 힘들 가능성이 큽니다.

 

입지가 나쁘지 않다면 아파트 단지의 세대수, 브랜드 가치, 주변의 개발 소재 등을 따져 구입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이건 일반적인 아파트 청약 신청을 할 때와 같은 기준이죠. 한때 아파트로 이뤄진 유령 도시라고 불렸던 김포는 최근 미분양 해소는 물론 급격한 매매가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정적인 것은 2019년 개통 예정인 김포도시철도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저히 출퇴근할 엄두가 나지 않는 아파트, 가격 상승의 기미가 전혀 없어 보이는 단지도 이처럼 확실한 미래 가치가 뒷받침된다면 가격 대비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죠.

 

남들이 외면한 물건을 선뜻 구매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심리를 극복하고 과단성 있게 행동한 사람이 훗날 남들의 부러움을 사게 됩니다. 물론 시장을 보는 안목을 키우고 입지를 철저히 분석하는 일이 선행돼야 하겠죠. 모쪼록, 현명한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완주형
금융자유기고가
"어려운 경제와 금융, '초보탈출'의 길을 함께 걷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