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제 막 새로운 금융제도로 가는 여정의 출발점에 서 있고, 1만미터 중 100미터밖에 못 왔다.”

세계 최대의 핀테크 기업인 앤트파이낸셜의 임원, 셍홍위는 핀테크의 오늘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고 해요. 은행에 가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결제, 투자는 물론 대출까지 해결하는 일이 어색하지 않은 명실상부 핀테크의 시대죠. 어느새 우리의 일상에 한 부분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핀테크, 그런데 아직 더욱 엄청난 변화가 남아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우리나라, 그리고 글로벌 시장의 핀테크 산업이 오늘날 얼마나 발전했는지, 어떠한 서비스들이 가능한지, 또 핀테크의 내일을 위한 정책적 노력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이 놀라운 여정의 끝에 무엇이 가능해질지도 알아보도록 할게요.

무섭게 성장하는 글로벌 핀테크 시장

첨단 IT 기술 (technology)을 활용해 전례 없는 금융 (finance)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Fin+tech)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국내 시장에서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금융 위기를 맞으며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감을 경험한 기업들에게도,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업무를 해결하는 일이 익숙한 소비자들에게도 핀테크는 놀랍고 혁신적인 변화죠. 최근 5년 사이 글로벌 시장의 핀테크 투자 규모가 6배나 늘었다고 합니다.

소수의 거대 금융기업에 의존하던 금융 생태계에 수많은 신생 기업들이 진입하게 되었다는 점에서도 핀테크는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중간 단계를 과감히 생략하고 수요와 공급을 이어주는 새로운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했고, 그에 발맞추어 전통적 금융 기업들도 파괴적 혁신에 도전하고 있지요. 소비자들로서는 이전보다 저렴한 비용에 쉽고 편리하게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하는 행복한 고민을 마주하게 된 것이기도 해요.

우리나라 핀테크, 어디까지 왔니?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영국 등을 비롯한 소위 핀테크 선진국들에 비하면 3~5년 정도 발전이 뒤쳐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하지만 세계최고 수준의 스마트폰 보급률에 힘입어 스마트폰을 활용한 핀테크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죠. 한때 보수적인 금융 규제로 인해 다양한 서비스가 늦게 진출하게 된 것 또한 사실인데요. 최근에는 정부 또한 적극적으로 핀테크 활성화 정책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핀테크 시장의 더욱 빠른 성장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국내 핀테크 시장은 스타트업 핀테크 기업보다는 여전히 전통적인 금융기업 혹은 규모가 큰 ICT 기업들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특징이자 한계를 안고 있어요. 이것이 소위 핀테크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들과의 가장 큰 차이이기도 한데요. 남다른 아이디어와 선도적 기술력을 지닌 스타트업 기업들이 부족하다는 점이 국내 핀테크 시장의 약점으로 꼽힙니다.

우리나라에서 사랑받는 핀테크 서비스는?

국내에서 사랑받는 주요 핀테크 서비스로는 크게 송금/결제, 가상화폐, 자산관리, 그리고 투자 서비스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핀테크 서비스는 역시 스마트폰을 활용한 간편결제 서비스입니다. 현금과 신용카드를 소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에 큰 사랑을 받고 있죠. 카카오 페이, 네이버 페이, 삼성 페이 등이 대표적입니다.

비트코인 열풍과 함께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거래소 플랫폼들이 성장하기 시작했는데요. 24시간 개장된 시장에서 원화와 가상화폐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보안성 면에서 우려를 낳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거래량을 자랑하던 거래소 빗썸은 싱가포르 기업에 매각되었고, 이밖의 기업들도 보다 자유로운 사업 환경과 기회 모색을 위해 동남아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현재까지는 지급 결제 서비스들에 집중되었던 경향이 있지만, 국내 핀테크 시장이 초기 대중화 단계를 지나 성장하면서 보다 다양한 영역의 핀테크 기업들이 관심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지급 결제 다음에는 금융 데이터 분석과 개인 자산 관리 영역의 핀테크 서비스들이 투자자와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는 금융 기업들이 제공하는 로보어드바이저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죠.

나아가 발빠른 얼리어답터들은 P2P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는데요. 중간단계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P2P 투자와 대출 또한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핀테크 선진국, 무엇이 다를까?

단연 최고 수준의 핀테크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은 반짝이는 아이디어 기반의 스타트업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실리콘밸리와 전통적 금융 기업 중심의 거대 핀테크 기업들이 자리한 뉴욕 핀테크 시장이 선의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연방 정부는 지나친 개입을 자제하는 대신 적절한 규제와 기술 개발 지원을 하는 역할을 맡고, 뉴욕 시를 비롯한 지방 자치 정부 차원에서는 보다 적극적이고 맞춤화된 핀테크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죠.

남다른 스케일을 자랑하는 중국 핀테크 시장은 지급 결제 중심의 우리나라 핀테크 시장과 달리 전자상거래의 지형 자체를 바꾸는 플랫폼 기업 중심의 성장이 돋보입니다. 정부의 경우 한발 물러나 자유로운 경쟁과 성장을 지원하고 있어요.

싱가포르의 경우 핀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적극적인 규제 완화와 핀테크에 특화된 스타트업 부트캠프 운영 등으로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 엿보입니다.

이처럼 규제 완화와 적극적인 육성 정책 틈에서 톡톡튀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의 스타트업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었는데요.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어펌 (Affirm)은 회원의 공개된 데이터를 몇초만에 분석해 신용도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체적인 할부 결제를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할부 제도가 따로 없는 미국 신용카드 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자체적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신용 결제를 제공하는 서비스는 신선함 그 자체이죠.

빌가드 (Billguard) 또한 첨단 알고리즘을 활용해 오청구나 과다 청구 등을 방지해주는 혁신적인 핀테크 서비스입니다. 여러 군데 흩어진 은행 계좌, 여러 회사의 신용카드 등을 앱에 등록해 한번에 관리할 수 있어서 돈도, 시간도 아껴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국내 핀테크 정책의 오늘과 내일

다소 소극적이었던 우리 나라의 핀테크 정책은 최근 들어 훨씬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형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친 규제 개혁 테스크포스를 출범하는 등 혁신적 핀테크의 등장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하나씩 처리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신기술에 한해 규제를 유예하는 샌드박스 법안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중입니다.

무엇보다 이른바 “규제 트라이앵글”을 피하는 것이 정부의 큰 목표 중 하나인데요. 정해진 사업 영역에 한해서만 기업활동을 허락하는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 정부에게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 사업을 시도할 수 있는 사전 규제, 새로운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인증 기준의 부족 문제 등을 방지하는 데 힘을 쓰고 있습니다.

규제를 합리화하는 것과 더불어 국내 핀테크 정책이 힘써야할 점은 바로 새로운 핀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일일 겁니다. 현재 정부에서 핀테크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하는 핀테크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일종의 상담 창구 역할을 하였을 뿐 적극적으로 핀테크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창업 환경을 제공하는 데에는 실패했죠.

앞으로 핀테크 스타트업의 육성을 위한 정책은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이디어 혹은 기술을 지닌 스타트업 기업이 자원이 풍부한 기존 기업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네트워킹의 기회를 제공하고, 스타트업 기업들이 흔히 직면하는 문제를 분석,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 등이 그 예입니다. 나아가 다른 산업과 다른 핀테크의 지식집약적 특성을 활용한 액셀러레이터의 운영도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김서영
마케팅/비즈니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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