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난 K씨. 낯선 여행지에서 맞이한 짜릿한 즐거움을 만끽한 것도 잠시, 현지 음식을 먹고 탈이 났는지 갑자기 밀려든 복통에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해야 했습니다. 한국에서 챙겨간 상비약은 전혀 소용이 없었죠. 겨우겨우 찾아간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진료비와 약값에 200유로(한화 약 26만원)가 훨씬 넘는 비용을 지출해야 했습니다.

바야흐로 여행이 일상이 된 시대입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출입국자 4530만여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여행을 목적으로 출국했다고 하는데요. 실로 엄청난 숫자죠. 해외 여행객이 늘어난 만큼 여행자 보험 가입 건수도 함께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해외여행을 떠나고 있습니다. 준비할 것도, 챙길 것도 많은 해외여행, ‘설마 별일 있겠어?’라는 마음으로 보험 정도는 가볍게 건너뛰곤 하는 거죠.

여행자 보험, 꼭 필요할까요?

아무런 사건 사고 없이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다면 좋겠지만, 문제 상황은 언제든, 누구에게든 생길 수 있어요. 흔하게 부딪힐 수 있는 문제 상황도 낯선 곳에서 마주하면 그 스트레스도, 피해의 크기도 완전히 다르게 느껴진답니다. 가벼운 사고로 병원에 가야할 경우, 예상치 못한 큰 금액의 병원비가 고스란히 여행자의 몫으로 남겨질 수 있고, 휴대폰을 도난당하거나, 캐리어가 파손되는 문제는 너무나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죠. 

 

여행자 보험은 부담 없는 보험료로 별도의 상담 없이도 홈페이지나 모바일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미니보험 상품입니다. 미니보험은 보험 가입기간이 짧은 대신 소액으로 가입할 수 있어 ‘소액 단기보험’으로도 불리죠. 여행자들에게는 ‘여행’이라는 특정한 상황과 기간에 맞게 필요한 보장을 받을 수 있어 효율적인데요. 부담 없는 비용과 약간의 시간을 투자하여 혹시 모를 피해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여행자 보험’, 여행자들에게는 꼭 필요한 안전 장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여행자 보험, 상황별로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현대해상교통기후환경연구소에서 2014년 1월부터 2017년 8월까지 해외 여행자 보험의 사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휴대품 파손이 40%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질병, 휴대품 도난 및 분실, 상해 순이라고 하는데요.

여행자 보험은 대체로 해외 상해사망과 해외 후유장해를 기본 담보로 하고, 병원비나 배상책임, 고가의 휴대품의 도난 및 파손에 대한 보상과 같은 기타 담보는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죠.

 

1) 해외에서 몸이 아프거나 다쳤다면? 

상해 질병 의료비란 몸이 아프거나 다쳤을 때 받는 치료에 대한 비용인데요. 국내 보험사 중 대부분은 해외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는 경우와 귀국 후 국내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는 경우 모두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여행자 보험에 가입한다면 현지 병원이나 약국에서 드는 비용을 모두 보장받을 수 있죠. 외국인에게 의료보험을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병원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병원비가 청구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필요한 보장이기도 하죠. 단, 해당 의료기관에서 발급하는 진단서, 진료비 영수증, 약값 영수증은 잊지 말고 챙기세요!

 

2) 휴대품이 파손되거나 도난당했다면? 

휴대품의 손해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하기도 합니다. 보통 도난당한 휴대품의 가격과 상관없이 건당 최고 20만 원 내에서 보상하는데요. 만약 고가의 휴대품을 가지고 여행하는 경우라면 대물 보상의 범위가 큰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좋겠죠?

휴대품이 파손되거나 도난당했다면 이를 입증할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데요. 이 과정이 좀 까다로울 수 있지만 필요한 절차이므로 사고를 당했을 때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처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난을 당했다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고가 발생했는지 증명하기 위해 현지 경찰서에서 발급하는 ‘폴리스 리포트’를 받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파손의 경우에는, 기능상의 하자가 있는 경우에만 보장되며, 단순히 외관상 흠집이 생긴 경우는 보장 대상이 아니랍니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로 파손된 물건의 사진과 수리비 영수증, 목격자 진술서 등 증명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모아두어야 하는데요. 만약 수리할 수 없는 경우라면 수리 불가 확인서를 제출해서 파손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어요!

단, 스스로 주의하지 않아 일어난 단순 분실에 대해서는 보상을 받을 수 없어요. 모든 휴대품에 대해 보상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랍니다. 현재 국내 보험사에서는 현금, 신용카드 등의 현금성 물품, 여권, 원고, 설계서, 장부, 동식물, 선박, 자동차, 의치, 의수족, 콘택트렌즈 등은 보상하지 않는데요. 정확한 손해 금액을 측정하기 어렵거나 손해를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3) 의도치 않게 타인에게 피해를 줬다면? 

여행 중에는 우연한 사고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타인의 손해를 배상하는 데 드는 비용, 즉 배상책임에 대한 보상받을 수 있는데요. 단, 손해를 입은 타인이 함께 여행하는 가족이나 친척이라면 예외! 실수로 호텔의 물건을 파손하였거나 의도치 않게 타인에게 해를 입혔을 경우가 이에 해당하죠.

이 경우에도 증빙서류를 확실하게 준비해야 하는데요. 호텔의 물건을 파손한 경우에는 호텔 측의 배상청구서 또는 수리비 영수증, 타인의 신체에 피해를 줬다면 병원 진단서와 진료비 영수증 등을 받아야 합니다. 목격자가 있다면 진술서를 서명과 함께 받아두면 보상 과정이 훨씬 수월해질 수 있죠. 단, 고의로 일으킨 사고는 보상하지 않습니다!

 

4) 비행기 출발 시간이 지연되어 계획에 없던 숙박을 하게 되었다면? 

항공기 및 수화물 지연 보상은 항공기가 결항되거나 4시간 이상 지연되는 경우 보장됩니다. 예를 들면, 계획에 없던 숙박비나 식비 같은 것이 보상 대상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취소 수수료는 보장하지 않아요.

수화물이 늦게 도착하는 일도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는 사고에 속하는데요. 수화물이 도착 예정 시간으로부터 6시간 이내에 도착하지 않은 경우 비상으로 입을 옷이나 그 밖의 필요한 물품을 사는 데 지출한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죠.

이 경우 역시 실제 사용한 금액을 영수증으로 증빙해야 합니다!

여행자 보험 상품을 선택할 때 무엇을 따져봐야 할까요?

여행자 보험과 같은 미니 모험의 경우 보험료가 그리 비싸지는 않아요. ‘해외 여행’이라는 특정한 상황에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보장 내용이 크게 다르지도 않죠. 보험료는 여행자의 나이, 여행 국가와 여행 기간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일주일 기준으로 평균 1만 원에서 3만 원 수준인데요. 단, 외교부에서 지정하고 있는 여행경보 지역을 여행하는 경우 보험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흔한 사고에 대한 보장을 먼저 확인하세요!

보험 상품들은 매우 다양하지만, 여행자에게 정말 필요한 보장을 제공하는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해요. 보장 내역이 생각보다 허술한 상품들이 많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여행자들에게 일어날 확률이 희박한 사고에 대한 보상 한도가 높은 것은 실용적이라고 볼 수 없겠죠?

4~5개의 보험사의 보험료를 비교하고 자신의 여행에 맞게 가장 합리적인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인데요. 여행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고, 즉 귀중품을 도난당하거나 파손되어 수리하는 경우(휴대품 손해), 다치거나 아파서 병원이나 약국에 가야 하는 경우(해외 의료비), 실수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쳐 이를 보상해야 하는 경우(배상책임) 등에 대한 보장 내용을 우선 따져보세요.

 

2) 실손보험과 중복으로 보장되지 않아요!

여행자 보험은 기본 계약 외에도 의료비, 휴대품 손해, 배상책임 등 다양한 보장이 특약으로 구성되어 있어 나에게 필요한 항목을 선택해야 하는데요. 기존에 실손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여행자 보험 가입 시 중복된 항목은 제외하고 가입하는 것이 좋아요. 실손보험은 중복보장이 되지 않으니까요! 만약 실손보험에 가입된 경우라면 여행자 보험의 ‘국내 의료비 특약’은 별도로 가입하지 않아도 되겠죠?

 

3) 여행 기간에 따라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다릅니다!

단기 여행자 보험의 기간은 최대 3개월입니다. 여행뿐만 아니라 출장을 목적으로 한 해외여행의 경우에도 가입할 수 있어서 짧은 기간 해외에 체류할 때 가입하는 보험이죠. 장기체류 보험은 여행 기간이 3개월 이상일 때 가입하는데요. 1년 이상 체류하는 경우, 1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습니다.

 

4) 인터넷 다이렉트 상품을 이용하세요!

여행자 보험은 전화나 공항에 있는 보험사 데스크에서도 신청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인터넷 다이렉트 상품이 20% 이상 저렴한 편이에요. 이미 출국한 후에는 가입이 어려우니 여행 전에 미리 가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5) 공짜 보험은 더욱 꼼꼼하게 살피세요!

해외 여행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거나 외화를 환전할 때 무료로 가입할 수 있는 여행자 보험 상품들이 있는데요. 사실 그러한 보험은 병원비 보상이 전혀 되지 않거나 보상이 된다 해도 실제로는 큰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여행자 보험의 목적은 유사시 의미 있는 보장을 받을 수 있느냐에 있기 때문에 보험료가 무료인 것은 혜택이라고 볼 수 없겠죠?

TIP. 여행자 보험 비교 사이트에서 미리 비교해보세요!

www.openyourplan.com

www.e-insmarket.or.kr

작은 비용과 잠깐의 수고를 들여 여행 중 마주할 수 있는 예기치 않은 큰 손해에 대비할 수 있는 여행자 보험과 함께 더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을 준비하세요!

허지혜
금융 칼럼니스트
"금융으로 세상을 말합니다. 사람과 세상, 금융을 담은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