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전세금은 안녕하신가요?

재산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전세 보증금. 이삿날 주민센터에 가서 확정일자 도장만 받아 두면 안전하다고 알고 있는 분이 많을 겁니다. 과연 그럴까요? 요즘 피 같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리네요. 깡통주택이 어떻고 역전세난이 저떻고 하면서요. 혹시 이게 내 얘기가 되는 건 아닐까요? 전세금을 튼튼히 지키는 법을 알아봅시다.

2년 만에 반전! 전세난에서 역전세난으로

“서울을 빠져나가는 인구가 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집값 상승과 전세난 때문입니다.”(SBS뉴스, 2016년 6월 23일)

“집 주인들은 전셋값을 낮춰서라도 내놔보지만 찾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른바 ‘역전세난’입니다.”(YTN뉴스, 2018년 7월 17일)

꼭 2년 만에 전세 시장의 상황이 180도 바뀌었네요. 전셋값도 시장 원리를 따릅니다. 전셋집을 찾는 사람이 전세를 놓는 집주인보다 많으면 값이 오르고, 그 반대라면 내리는 거죠. 주택시장 호황으로 2014년 말부터 아파트 공급이 급격히 늘었습니다. 2013년 채 20만 가구가 안 됐던 전국의 입주물량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27만~28만 가구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37만여 가구로 폭증했습니다. 올해도 44만 가구 이상의 새 아파트가 쏟아집니다. 이런 아파트 가운데 상당량이 전세 시장의 매물로 나오죠. 또 새집으로 이사 가는 사람들이 비우는 기존 전셋집도 매물로 쌓입니다.

공급이 넘치니 당연히 값은 떨어집니다. 문제는 집주인 가운데 기존 세입자한테 받은 전세금과 현재의 떨어진 전세금 차액만큼 현금을 보유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는 거죠. 만기가 돼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돈을 맞춰줄 수 없어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대출을 받거나, 급매로 집을 팔거나, 소송으로 번지기까지 하죠. 이런 현상을 일컫는 말이 바로 역전세난입니다.

"전셋집, 어떻게 골라야 할까요?" 안전한 전셋집 고르는 팁

그렇다면 어떤 전셋집을 선택해야 안전하게 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우선 집값에 비해 전셋값이 너무 높은 집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이런 집은 자기 돈 얼마 없이 전세를 끼고 집을 산 사람, 이른바 갭투자자가 주인일 수 있기 때문이죠. 만약 전셋값이 떨어진다면, 만기 시 전세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 이런 집은 향후 매매가격이 하락할 경우 집값과 내 전세금 차이가 미미해지거나 역전될 수도 있습니다. 깡통주택이 되는 거죠. 이 경우 역시 전세금을 제때 돌려받기가 매우 힘듭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아파트값 대비 전세금 비율은 전국 73%, 수도권 72.2%, 서울 65.4%입니다.

주위도 잘 살펴야 합니다. 만약 내가 전세 들려고 하는 집 주변에 새 아파트를 짓거나 분양하고 있다면, 계약 만료 시점에 전셋집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내가 역전세난의 직접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거죠.

부동산 계약의 기본, 등기부 확인도 빼먹어선 안 됩니다. 내가 세 들려고 하는 집을 담보로 대출 받은 사실이 있는지, 세금 납부나 채무 변제를 못해 압류 당한 사실이 있는지, 나보다 앞선 임차권자가 있는지 등등, 꼼꼼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이는 최악의 경우 내가 세 든 집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보증금을 지킬 수 있을지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전세금을 지켜라! 내 전세금에 '자물쇠' 채우기

신중하게 집을 골라 잔금을 치르고 이사를 했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내 전세 보증금에 안전장치를 해두는 겁니다. 우리나라 법률은 세입자에게도 대항력을 인정해 주죠. 대항력이란 제3자에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힘입니다. 즉, 집주인이 다른 사람에게 집을 팔거나 경매로 집이 넘어갔다 하더라도, 계약 만료 시까지 살다가 새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아 나올 수 있다는 뜻이죠. 그런데 이 대항력은 인도(이사)와 주민등록(전입신고)을 모두 완료한 다음날 오전 0시에 발생합니다. 이사만 하고 전입신고를 미루고 있는 사이, 주인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면 은행보다 순위가 밀리게 됩니다. 보증금을 날리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죠. 이사하는 날 반드시 전입신고를 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전입신고를 할 때 확정일자도 받아 둬야 합니다. 대항력과 함께 확정일자가 있으면 경매 시 배당에 참여해 보증금을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수 있습니다. 경매로 주인이 바뀐 집에 굳이 계약 만료일까지 살지 않고도, 보증금을 반환 받아 나올 수가 있는 거죠. 확정일자는 잔금을 치르기 전이라도 받을 수 있습니다.

집주인의 동의를 얻어 전세권을 설정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경우와 전세권을 설정한 경우, 각각의 법적 효력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전세권자는 이사와 전입신고가 필요 없죠. 그래서 잔금을 치른 뒤 바로 이사 또는 전입신고를 할 수 없는 경우 유용합니다. 계약기간 중 주민등록을 옮겨야 할 때에도 전세권을 설정해 뒀다면 염려할 게 없죠. 반면 대항력만 있을 경우엔 주민등록을 옮기는 순간 그 대항력이 사라집니다. 다시 전입신고를 해도, 대항력 발생 시점은 최초가 아니라 최근 전입신고일 다음날이 됩니다.

전세금을 보장해주는 보험도 있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면, 계약 만료 시 집주인이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고 해도 공사로부터 보증금을 받을 수 있죠. 보증금 한도는 수도권 7억원, 지방은 5억원입니다. 연간 비용은 아파트의 경우 전세금의 0.128%입니다. 가입금액 한도가 없는 서울보증의 보험 상품도 있습니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안 돌려줄 때는 어떻게 해야 하죠?"

계약기간이 끝났는데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정말 당황스럽겠죠? 하지만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집주인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보증금 반환을 미룬다면, 우선 전세금 미반환 사실을 고지하고 지급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집주인 앞으로 보내는 게 좋습니다. 향후 법적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증거가 됩니다. 그리고 법원에 지급명령 신청 또는 보증금 반환소송을 제기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사를 하거나 집을 비우게 될 사정이 있다면, 반드시 임차권 등기명령도 신청해야 합니다. 위 단락에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의 필수 요건이 주민등록이라고 했죠? 하지만 등기부에 자신의 임차권이 기재된 뒤에는, 주소를 옮기더라도 권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지급명령 신청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대법원 전자소송 사이트(ecfs.scourt.go.kr)를 통해 집에서도 가능하죠. 지급명령에도 불구하고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전세금 반환소송 절차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 경우 최소 몇 달의 시간이 걸리겠지만, 전세금 미반환 사실이 확실하다면, 그리고 다른 채권자나 담보권자보다 내가 선순위에 있고 전세금이 예상 낙찰 금액의 범위 안에 있다면(그래서 집 고를 때 등기부를 꼼꼼히 봐야 한다고 했죠), 전세금을 떼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살고 있는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간다면

반드시 큰 일이 난 것은 아닙니다. 위에서 얘기한 안전장치만 제대로 갖췄다면요. 덜컥 겁을 먹고 무조건 집을 빼줘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죠.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최우선 변제 제도가 마련돼 있습니다지역별로 전세금이 일정 금액 이하일 경우, 보증금 일부를 최우선적으로 보호해 주는 제도죠. 현재 서울은 1억원, 지방은 5,000만~8,000만원이 소액임차인 기준입니다. 여기 해당되지 않더라도 대항력과 확정일자를 갖췄다면 배당 신청을 통해 전세금을 변제 받을 수 있습니다. 배당을 받지 않고 살던 집에 계속 거주해도 되죠. 집을 낙찰 받는 사람은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도 승계하기 때문에(집을 계약하기 전 등기부를 꼼꼼히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나중에 계약 기간이 끝날 때 새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으면 됩니다.

역발상으로, 내가 경매에 참여해 집을 낙찰 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보통 선순위 임차인이 있는 집의 경매 낙찰가는 낮게 형성되죠. 내가 가져가야 할 전세금을 감안해서 충분히 낮은 가격으로 입찰해 낙찰을 받는다면, 살던 전셋집을 싼값에 내집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완주형
금융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