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인생의 다음 장을 여는 중대사입니다. 여러 가지 준비할 것들로 정신 없는 상황에서 난생 처음 만나는 단어가 있는데요, 바로 증여세입니다. 증여세란 타인으로부터 무상으로 재산을 받았을 때 발생하는 세금이에요. 자녀가 결혼할 때 부모가 주택 구입 자금 등 목돈을 지원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주로 주택을 마련할 때 해당되지만 자동차나 혼수 등에 증여세가 부과되는 경우도 있어요. 어떤 경우에 증여세가 부과되고 또 어떤 경우에 면제되는지 미리 잘 알아 두면 예상치 못한 증여세 폭탄을 피할 수 있겠죠!

1. 집 장만 시 얼마까지 물려 받아도 될까?

32세 김 대리를 예로 들어볼까요. 김 대리는 몇 년 전 부모로부터 독립해 자취를 하다가 올해 결혼을 하게 되었어요. 부모님이 서울 근교에 전세 아파트를 구할 수 있도록 2억원을 보태주기로 하셨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김 대리는 거액의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어요.

결혼할 때 부모님의 원조를 받을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증여 추정이란 말을 알고 있으면 좋아요. 누군가 부동산을 취득했을 때 국세청은 그 돈이 어디서 났는지 조사를 합니다. 증여 추정이란 그 사람의 직업이나 소득을 고려해 스스로 재산을 취득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증여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고 과세 여부를 검토하는 제도예요. 김 대리처럼 30세 이상 세대주라면 주택 취득 자금이 1억 5000만원을 넘을 땐 국세청에서 자금출처대상자로 선정하고 통지를 합니다. 해당 금액을 증여 받은 걸로 추정하고 어디서 났는지 해명 자료를 요구하는 거죠. 본인이 벌어들인 게 아닌 증여 받은 금액임이 드러나면 증여세를 물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부모님으로부터 1억 5000만원만 받으면 어떨까요. 그럼 증여 추정에서 배제됩니다. 증여 받아도 된다가 아니라 증여로 추정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국세청의 검토 대상은 아니지만, 만약 증여 받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엔 증여세가 과세됩니다.

2. 나이 들수록 증여세 부담이 줄어든다?

김 대리가 40대였다면 어땠을까요. 40세 이상 세대주의 경우 주택 취득 자금은 3억원까지 증여 추정에서 배제돼요. 왜 나이가 많으면 기준이 더 느슨해질까요. 국세청이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의 부동산 거래를 다 조사하는 건 불가능해요. 따라서 해당 청이 증여를 의심하는 건 주로 소득이 적거나 없는 사람인 경우입니다. 돈이 없으니 타인의 원조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하는 거죠. 나이가 많은 사람은 통상 젊은 사람보다 원조를 받을 확률이 적다고 보고 더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는 거예요.

마찬가지 이유로 같은 30세 이상이어도 세대주가 아닌 경우에는 주택 취득 자금이 7,000만원만 넘어도 증여로 추정할 수 있어요. 나이뿐 아니라 세대주와 세대주가 아닌 경우에도 기준 금액이 달라지니 꼭 확인해야 해요. 30세 미만은 5,000만원이 기준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기준은 올해 4월 행정예고된 ‘상속세 및 증여세 사무처리 규정’ 개정안에 기반한 것이에요. 그 전에는 30세 이상 세대주의 경우 주택 취득 자금이 2억원 이하면 증여로 보지 않았어요. 40세 이상이면 4억원까지도 조사 대상이 아니었죠. 투기 과열을 막기 위해 기준이 더 강화된 것인데요, 결혼을 앞둔 사람이라면 꼭 체크해야 할 부분입니다.

3. 자동차도 증여세 대상?

증여세는 주택을 구입할 때만 해당될까요. 김 대리는 증여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부모님으로부터 1억 5000만원만 원조를 받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마음이 편치 않았던 부모님은 1억원에 달하는 자동차를 사주셨어요. 이럴 경우, 김 대리는 또 다시 증여세의 위험에 빠질 수 있어요. 1억 5000만원은 주택 취득에 한정된 말이고, 여기에 기타 재산 취득과 채무 상환이란 항목이 또 있거든요. 30세 이상 세대주의 경우 주택 취득은 1억 5000만원까지, 기타 재산취득은 5000만원, 채무상환 5000만원, 총액 2억원까지를 증여 추정에서 배제해요. 총액이 있다는 건 주택 자금이 적어도 다른 항목이 많으면 증여세를 물 수 있다는 거죠. 김 대리의 경우 주택 1억 5000만원 + 자동차 1억원, 총 2억 5000만원으로 2억원을 넘기 때문에 검토 대상이 될 수 있어요.

물론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목돈이 전부 증여세 대상인 건 아니에요. 생활비, 혼수용품 등 사회통념상 부모가 자녀에게 해줄 수 있다고 인정되는 건에 대해서는 증여세 비과세 항목으로 규정하고 있어요. 사회통념이란 말이 좀 애매한데요, 실제로 매 상황마다 결과가 다르답니다. 예를 들어 결혼축의금으로 집을 산다면요? 결혼축의금은 사회통념상 증여세 비과세 항목으로 분류되지만, 거액의 축의금 전액을 자녀가 주택을 마련하는 데 사용한다면 이는 증여세 대상이 될 수도 있어요. 고가의 가구와 보석이 포함된 혼수,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준 유학 자금, 경제력이 충분한 자녀에게 준 거액의 생활비도 증여세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는 거죠.

이럴 때 증여세 면제한도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전해요. 직계존속, 직계비속으로부터 세금 없이 증여받을 수 있는 금액은 10년 간 5000만원입니다. 혼수용품이나 교육비, 생활비도 이 5000만원 안에서 증여되면 증여세를 물지 않아도 돼요. 그럼 10년마다 5000만원씩 증여한다면요? 이 경우에도 증여세는 0원입니다. 참고로 배우자는 6억원, 기타 친족은 1000만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돼요.

4. 증여세 제대로 알고 내자

증여 추정 대상에서 배제된다는 말은 말 그대로 국세청이 검토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뜻이지 증여세 부과의 의무가 없다는 뜻이 아니에요. 부모님을 포함해 직계존속, 직계비속으로부터 무상으로 돈을 받은 사실이 명백히 드러난다면 증여 추정 배제규정은 아무 의미가 없어지고, 5000만원 이상의 금액은 모두 증여세를 내야 합니다.

만약 부모님으로부터 1억원을 증여 받았다면 여기서 증여세 면제한도인 5000만원을 빼고 1억 이하 증여세율 10%를 적용한 500만원이 납부해야 할 증여세예요. 증여 받은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납세지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고 금액을 납부하면 됩니다. 신고기간 중에 납부할 경우 5% 세액공제(2018년 기준, 2019년 3%)가 되니 500만원에서 25만원을 뺀 475만원이 내야 할 돈이 됩니다.

제대로 알아보지 않으면 폭탄이 될 수도 있는 증여세, 미리미리 알아보고 모두 현명하게 결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김민수
금융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