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 싶지만... '홀로서기' 가능할까?

퇴사를 결정하는 데는 다양한 계기가 있을 수 있고, 퇴사 후 행보도 사람마다 무척 다릅니다. 좀 더 잠재성이 커 보이는 곳으로 이직을 결정하고 신중하게 사직서를 내는 사람도 있고, 직장생활에서의 번아웃(burnout)에서 스스로를 회복시키기 위해 잠시간의 휴식을 선택한 사람도, 혹은 아무 데도 소속되지 않고 자립해 보기 위해 회사라는 안전망을 포기하기로 결심한 사람도 있겠죠! 오늘은 이 세 번째 결정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회사만 옮겨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가는 대신, 내 스스로 가치를 만들고 수익을 창출할 방법을 찾자는 결정입니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요? 시작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퇴사학교>의 유명 강사이자 그 자신이 ‘프로 퇴사러’이기도 한 최시준 씨는, 중요한 건 “나만의 인프라”를 탐구해 찾아내는 것이라 말합니다. 그게 무엇이 됐든, 내가 지니고 있어 운용할 수 있는 자원을 말이에요. 대기업 경영지원부서 3년 차 직원이었던 최시준 씨 역시 “누구보다 막막했다”고 털어놓습니다. 영업직이었다면 거래처를 만나러 다니며 관계 인프라라도 쌓았겠지만 그것도 아니었으니, 회사 밖에서 자신의 무엇을 유용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지요.

그러다 생각해 낸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자신의 ‘대기업 사원증’이었습니다. 대기업에 입사해 근무한 ‘경력’을 인프라로 대학생들을 위한 멘토링을 시작한 거죠! 그는 “수익은 정보의 불균형에서 나온다”는 어느 경제학자의 말을 인용합니다. 내가 – ‘나만이’라면 더욱 좋겠죠! – 갖고 있는 정보와 노하우가 바로 수익원이 될 수 있고, 바로 그 수익원을 이용해 ‘자립’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거예요.

나만의 '인프라'로 월 10만 원 부수입 먼저!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최시준 씨는 눈코 뜰 새 없는 “이중생활”을 하며 먼저 활용할 수 있는 자신의 인프라를 개발하는 일에 몰두했다고 합니다. 따로 개인 사무실을 얻어서 퇴근 후부터 새벽까지 거기 머물며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해요. 그런 식으로 떠오른 아이디어를 작은 사업으로 구현시키며 과연 어떤 ‘인프라’로 수익 창출이 가능할지를 실험해 봤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무작정 회사를 떠날 꿈만 꾸고 있었던 게 아니었던 거예요!

자기 사업을 하는 틈틈이 <퇴사학교>에서 인기 강사로 활동 중인 최시준 씨의 잘 알려진 강좌 중 하나는 제목이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부업 프로젝트 – 월급 외 10만원 벌기>입니다. 고작 10만 원으로 뭘 하겠느냐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 내가 가진 어떤 인프라로 10만 원 정도의 부수입을 꾸준히 낼 수 있을지를 실험해 봐야 한다는 게 그 취지예요. 최시준 씨의 표현에 따르면 “월급에만 의존하지 않는” “경제적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실험”인 셈이죠.

자, 그렇다면 프로 퇴사러가 되기 위해 나만의 수익원, 즉 나만의 ‘인프라’를 찾아내 볼까요? 먼저 무엇부터 하면 좋을까요?

1. 세상과 트렌드를 파악하자 - <오픈컬리지>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사람들이 배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여기에 뜻 맞는 사람들이 모여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함께 공부하는 플랫폼이라고 소개하는 게 좋겠습니다. <오픈컬리지>(www.opencollege.kr)는 ‘열린 대학’이라는 이름처럼, 이렇게 모두에게 열려 있고 모든 배움의 주제에도 열려 있어요.

크게는 서울과 제주를 양 축으로, 각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하나의 ‘프로젝트’가 결성되는데요. “직장인, 대학생, 예술가, 개발자, 디자이너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만나 “타이포그래피, 프로그래밍, 예술, 창의성, 요리, 인문학, 여행” 등 실로 다채로운 주제로 학습을 진행해 나갑니다.

이렇게 유동적으로 조직되는 강의계획표 덕분에 <오픈컬리지>에서는 현 시점에 가장 주목 받는 주제에 관해 함께 토론하고 공부할 수 있고, 그렇게 함께 머리를 맞댈 사람들과 서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엔 뭐가 있는지 살펴볼까요? 온라인 공개 강의(MOOC) 중 가장 유명한 <코세라(Coursera)>에서 와튼스쿨 강의를 함께 들으며 공부하는 ‘와튼스쿨 비즈니스 코스 함께 배우기’, ‘모바일 앱 개발을 위한 기초 프로그래밍’, 영화로 배우는 심리학과 영어 강의들, 언어교환(language exchange), 알고리즘과 코딩, 다큐멘터리 제작, 목공까지. 참으로 다양한 프로젝트가 마음 맞는 참여자들의 열정으로 진행 중에 있습니다.

<오픈컬리지>는 ‘대학’’이라는 이름답게 지원 절차와 등록금이 따로 있습니다. 등록금은 1년에 12만 원, 6개월에 9만 원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우선 6개월로 등록한 뒤에 기간을 연장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2. 내 '인프라'를 '업'으로 연결시키자 - <퇴사학교>

삼성전자에서 돌연 퇴사를 결심한 장수한 씨가 지난 2016년 설립한 <퇴사학교>(t-school.kr)는 이제 50여 명의 선생님을 두고 무려 5,000여 명의 학생과 함께한 인기 학교가 되었습니다. ‘잘 퇴사하는 법’을 가르치는 학교가 인기 학교가 되었다니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소위 ‘퇴준생’들이 “나와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게 하기 위해” 학교를 시작하게 됐다는 장수한 씨의 말을 들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전 직장에서 사내벤처를 꾸리기도 했던 그였지만, 막상 “여러 가지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실제로 진행을 해 봤지만 난관에 부딪혔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핵심 역량을 생각지 않고 업을 고민했던 게 이유였던 거예요. <퇴사학교> 강사 최시준 씨도 ‘인프라’라는 표현으로 같은 얘길 했었죠! 사직서를 내기 전에 자신의 인프라를 찾고 사회의 니치(niche)에 맞춰 뾰족하게 가다듬는 준비가, 퇴준생들에겐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그 역시 깨달은 거예요.

<퇴사학교>에는 ‘아이덴티티 찾기’, ‘강점 커리어 설계’처럼 내 ‘인프라’를 발굴하기 위한 기초 강의에서부터 ‘자영업 입문스쿨’, ‘스타트업 시뮬레이션’, ‘에어비앤비 호스팅’ 같은 퇴사 전 부업 강의, ‘보통 직장인 글쓰기’, ‘유튜브 크리에이터’ 같은 퇴사 전 창작 강의 등 다양하고 실용적인 강의들이 개설되어 있습니다.

강의는 1개월 단위의 학기제 수업, 하루 2-3시간의 교육으로 구성된 원데이(One Day), 2, 3개 강의를 선택해 하루에 청강할 수 있는 캠프(Camp) 수업으로 이루어집니다. 학기제와 캠프는 토론과 코칭, 실습이 주를 이루고, 원데이 수업에선 퇴사 선배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다고 해요. 등록금은 단과 수업마다 다릅니다.

3. 내게 맞는 수입원 플랫폼을 찾자 - 크라우드펀딩, 재능매칭

앞선 과정들을 통해 드디어 뚜렷이 보게 된 내 인프라를 상품화하는 첫 ‘실험’을 해 보기 위해, 가장 유용하고 손 쉬운 방법은 기존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사업을 시작할 자금이 부족할 땐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내가 보유한 재능과 기술을 수익원으로 삼고 싶다면 재능매칭 플랫폼을 권합니다.

◇ 크라우드펀딩 – <텀블벅>, <와디즈>, <오마이컴퍼니>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는 익명의 대중에 내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그 아이디어를 마음에 들어 한 사람들로부터 투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이 진행되는 동안 다양한 방식의 마케팅으로 프로젝트를 홍보할 수 있는데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한 흥미롭고 독자적인 스토리텔링이에요. 잠재 투자자를 설득하는 건 아이디어의 참신함이기도 하지만 그의 마음을 움직일 ‘스토리’이기도 할 테니까요. 또 SNS와 연계한 적극적 홍보, 프로젝트 소개 영상을 동원한 피칭, 그리고 야무지게 짠 ‘리워드(혜택)’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1인 출판사나 독립출판사, 다양한 소품을 제작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이 활용하는 <텀블벅>(www.tumblbug.com)은 문화와 예술 쪽에 특화된 플랫폼이에요. 등록되는 프로젝트들은 ‘게임, 공연, 디자인, 만화, 미술, 공예, 사진, 영화〮비디오, 푸드, 음악, 출판, 테크놀로지, 패션, 캠페인’이라는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고요.

<와디즈>(www.wadiz.kr)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투자)과 보상형 크라우드펀딩(리워드)의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적용하고 있는 플랫폼입니다. 투자형 방식의 경우 참신한 사업 아이디어에 대해 투자자들이 채권이나 주식을 대가로 받게 되지요. 미래형 식사 대용 간편식품, 휴대용 공기청정기, 수제 자동차 전문회사가 성공적으로 투자를 받았고, 영화 프로젝트가 와디즈에 론칭해 제작비를 투자 받기도 했어요!

한편, <오마이컴퍼니>(www.ohmycompany.com)는 ‘건축/공간, 사회이슈, 교육/출판, 신제품, 문화예술, 환경재생, 푸드, 일자리, 지역사회, 테크’라는 카테고리 하에 프로젝트를 모집하고 있으며, 사회적기업 프로젝트에 특화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 재능매칭 – <오투잡>, <크몽>, <콘텐타>, <숨고>

재능매칭 플랫폼에서는 회사에서 갈고 닦은 마케팅 기술, 숨겨 왔던 글쓰기 능력, 또는 그래픽 디자인 실력 같은 개인적 재능을 공개하고, 잠재적 구매자와 서로 연결될 수 있어요. 월 10만 원이라는 부업 소득을 만들어 보는 실험을 하기에 부담 없는 플랫폼이기도 하죠!

<오투잡>(www.otwojob.com)은 크게 기업 고객과 1인 쇼핑몰 운영자 고객, 대학생 고객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모집하는 플랫폼이에요. 회사를 처음 시작할 때 필요한 로고와 CI/BI 개발, 웹사이트 개발, SNS 마케팅은 물론이고, 회사 운영에 필요한 세무/회계, 명함 디자인, 번역 등의 ‘재능’을 사고 팔 수 있습니다. 대학생 고객에게는 PT와 리포트 첨삭, 자소서와 이력서 첨삭, 취업 컨설팅 등의 서비스를 팔 수 있지요.

<크몽>(kmong.com)에서 판매되는 재능 카테고리는 크게 ‘디자인, IT〮프로그래밍, 콘텐츠 제작, 마케팅, 번역∙통역, 문서작성, 상담∙컨설팅, 레슨’으로 구성돼 있어요. ‘콘텐츠 제작’ 카테고리는 영상 제작, 더빙∙녹음, 음악∙사운드 등으로 다시 나뉠 만큼, 실로 다양한 분야의 능력자들이 포진해 있어요. 유념할 점은, 자신의 퍼스널 브랜딩에 대한 특별한 노력 없이는, 너무 아쉬운 대가를 받고 재능을 팔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에 휩쓸리기보다는, 실제로 본인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콘텐타>(contenta.co)는 작가들만을 위한 재능매칭 플랫폼이에요. 글쓰기, 그 중에서도 ‘콘텐츠 마케팅 라이팅(content marketing writing)’ 분야에 실력 있는 작가들을 콘텐츠 마케팅이 필요한 잠재 고객과 연결시켜 주는 곳인데요. 내부 PM과 에디터가 작업 프로세스를 지원하고, 필력을 인정 받으면 제법 꾸준한 수입원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숨고>(soomgo.com)는 주로 과외와 레슨을 비롯해 번역∙통역, 웨딩 컨설팅, 인테리어, 청소 서비스까지 다양한 오프라인 서비스를 수요자와 1:1로 연결시켜 주는 플랫폼입니다. 외국어 레슨, 음악∙미술 레슨,  스포츠와 취미생활 레슨 등이 가장 활발히 거래되는 품목이라고 해요.

이 밖에도 내 ‘인프라’를 수입원으로 재설계할 방법은 많을 겁니다. 혼자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도 있겠지만,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공동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겠죠! ‘프로 퇴사러’가 되기 위해 꼼꼼히 학습해 얻은 통찰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든, 언젠가 ‘퇴준생’의 꿈을 꾸는 당신은 꽤 든든한 ‘플랜B’를 옆에 갖출 수 있게 될 거예요. 자, 바로 오늘 퇴근 이후부터 언젠가 ‘두 번째 삶’이 될 수도 있을, 그러나 지금 당장은 ‘이중생활’이 될 나만의 프로젝트를 찬찬히 계획해 보는 건 어떨까요? 곧 사직서를 낼 계획이더라도, 수중에 ‘내 프로젝트’가 있다면, 허전해진 하루 일과에 마음이 흔들리는 일도 없을 테니까요.

박진희
교육/문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