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1년여 동안 여러 차례의 부동산 정책이 발표됐습니다. 굵직한 것만 추려도 7, 8건이나 됩니다. 일일이 그 내용을 챙겨 보기도 힘들고, 본다고 해도 난삽한 숫자들 속에 숨은 뜻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죠. 그러나 그것들이 내 주거문제, 그리고 내 재산과 직결된다니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지난 1년여의 흐름을 훑으면서, 부동산 향방의 감을 잡아 봅시다.

수요 억제, “집은 필요한 사람만”

지난해 6월 19일, 현 정부는 출범하고 40여일 만에 첫 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습니다. 핵심은 총부채상환비율(DTI)을 60%에서 50%로, 담보인정비율(LTV)를 70%에서 60%로 각각 10%포인트 강화하는 것이었죠. 쉽게 말해 빚내서 집사는 걸 더 힘들게 만들겠다는 겁니다.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미지근한 듯하자 8월 2일 보다 강력한 ‘한 방’이 나옵니다. 재개발 조합원 분양권 전매 제한, 다주택자 중과세,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이 망라된 역대급 규제 세트였죠.

이어 10월 24일 실소유자가 아닌 투자자의 부동산 매매를 억누르기 위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합니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에다 신규대출의 원리금 상환액 등을 더해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새로운 DTI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을 예고했죠. 올해는 새해 벽두부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를 부활시키더니, 2월에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강화) 방침을 발표합니다. 재건축을 노리고 낡은 아파트를 비싼 값에 사뒀다면, 머리가 아픈 뉴스였을 겁니다.

그리고 7월 6일, 드디어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이 발표됐습니다. 보유세 강화라는 최종 병기가 모습을 일부 드러낸 거죠. 실효성 논란이 있지만, 어쨌든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다 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겁니다.

혹시 위의 용어들이 생소해도 뉘앙스는 충분히 느꼈으리라 봅니다. 맞습니다. 더 이상 집을 사고팔아서 돈 벌 생각 말라는 거죠. 4, 5년 전 노골적으로 부동산 투자를 부추기던 정부 정책에서 180도 돌아선 겁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임기 동안 이런 정책 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새로운 규제 속에서도 시세차익을 남기는 사람들은 있겠죠. 하지만, 아파트 청약만 당첨되면 돈을 버는 것 같은 손쉬운 횡재는 당분간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재개발'말고 '재생'합니다

집값을 잡는 것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전부는 아닙니다. 아파트를 사고파는 문제에서 벗어나 시야를 넓히면, 눈에 띄는 변화가 몇 가지 보일 겁니다.

지난 3월 27일 도시재생 뉴딜사업 로드맵이 발표됐습니다. 도시재생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 가운데 하나죠. 과거 도시의 낡은 지역을 개발하는 방식은 전면철거 후 대규모 재개발 일색이었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지금 있는 동네를 쾌적한 공간으로 되살리는 방식을 추구합니다. 전국의 낙후 지역 500곳에 5년 동안 총 50조원이 투입될 예정이죠. 노후한 도시 지역을 매력적인 거주지 및 첨단산업 허브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특히 이 공간엔 청년들에게 초점을 맞춘 각종 지원 사업이 집중될 예정이죠.

투자의 관점에서도 도시재생 사업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온갖 몽둥이를 동원해 값을 때려잡겠다는 아파트와 달리 여기엔 정부가 돈을 쏟아 붇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니까요. 구도심의 노후 주택단지, 재개발이 무산된 지역의 땅값 추이를 지켜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8월 말 올해의 도시재생 사업 대상지 100여 곳이 선정될 예정입니다.

"세 놓는 집, 임대주택으로 등록하세요"

세를 놓는 집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게 유도하는 것도 현 정부의 주요 정책 방향 가운데 하나죠. 지난해 12월 발표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은 장기임대 혜택 강화, 건강보험료 감면 등의 유인책을 담고 있습니다.

2016년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988만 채의 주택 가운데 595만 채가 임대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이 가운데 임대사업자 등록을 한 주택은 79만채(13%)에 불과하죠. 정부가 임대주택 등록을 강력 유도하는 것은 단순히 세금을 더 걷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등록된 임대주택은 임대료 상승이 제한(연 5%)되기 때문에, 사실상 전월세 상한제의 효과가 있습니다. 만약 정부의 계획대로 100만 채의 민간 임대주택을 추가로 등록하게 만든다면, 공공 부문이 가진 임대주택을 더해 전체 임대주택의 절반 가량이 임대료 상승폭 제한을 받게 됩니다. 정부가 전월세 시장의 가격을 통제할 힘을 갖는 거죠.

따라서, 서민 주거안정을 꾀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임대주택 등록 유도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바꿔 말하면, 임대주택 등록을 거부하는 다주택자에게 양도세 중과나 보유세 강화 같은 압박이 더 세게 들어올 거란 얘기죠. 만약 여러 채의 주택을 가지고 있다면 머잖아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유도에 따르든지, 자산 포트폴리오의 구성을 바꾸든지요.

지난 1년, 부동산 정책들...그 결과는?

그렇다면 이 같은 정책, 혹은 대책들의 효과는 어떨까요? 현 시점에서 시장 반응과 여론은 반반으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우선 집값, 특히 서울 강남 집값을 잡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의 효과로 풀이됩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7월 중순까지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12주 연속 약세를 나타냈습니다. 반면 강북의 아파트값은 상승했습니다. 풍선효과라고 할 수 있겠죠. 특히 최근 박원순 서울 시장의 여의도, 용산 개발 발언 이후 이 지역 집값이 크게 출렁거렸습니다. 집값이 장기적인 안정세에 들어섰다기보다, 아직은 강력한 규제가 억지로 집값을 누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세가격 하락, 주택 임대사업자 등록 증가, 서민주택 공급 확대 등도 현 정부 정책의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겠죠. 반면 부동산 양극화는 심화됐습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서울의 아파트값은 18.6% 상승해 전국 평균 상승률(8.3%)의 두 배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경남은 2.5%, 경북과 울산은 1.4%, 충남과 충북은 0.7%씩 가격이 하락했죠. 한 쪽에서 ‘똘똘한 한 채’를 외치는 동안, 다른 곳에선 미분양에 괴로워하는 신음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8.2 대책을 비롯한 부동산 정책들이 어떻게 귀결될지는 시간이 더 지나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사례를 보자면, 2005년 8.31 대책을 포함해 정권 내내 지속됐던 강력한 규제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부터 효과를 나타냈죠.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도 컸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집값을 떠받치는 것은 결국 시중에 풀려 있는 돈이니까요. 따라서 단기적인 가격 등락을 놓고 섣불리 정책의 성패, 시장의 큰 흐름을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금리 등 집값을 둘러싼 여러 요인들을 찬찬히 살피면서 길게 호흡하는 법을 익히는 게, 투자의 관점에서도 이익이 될 거라고 봅니다.

완주형
금융 자유기고가